아베의 죽음과 자민당 압승.. '아베노믹스' 향배는

박용하 기자 2022. 7. 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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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11일 일본 도쿄의 자민당 당사에 놓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영정에 꽃다발을 놓고 있다 |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사망 이후 일본 경제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아베노믹스’의 향배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본 안팎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아베노믹스의 기본 기조가 지속하겠지만, 향후 집권 자민당 내 권력 구도의 변화에 따라 정책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집권 이후 아베노믹스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의 지원으로 총리 자리에 오른 만큼 이 파벌의 수장이자 자민당 내 ‘상왕’이었던 아베 전 총리의 정책 기조를 반영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한 뒤에도 즉각적으로 아베노믹스에 칼을 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남아있는 아베파 의원들의 반발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아베노믹스와 다른 길을 시사한 바 있다는 점에서 변화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특히 10년 가까이 이어진 통화완화 정책에도 뚜렷한 경기 부양이 나타나지 않았고,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부작용이 뚜렷해진 최근의 상황은 정책 변화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자민당 내 온건 성향 파벌인 ‘고치카이’를 이끄는 기시다 총리가 이번 참의원(상원) 선거 압승 이후 자신의 정치색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10일(현지시간) 기시다 총리 측근을 인용해 “그가 재정·금융정책을 정상화하고 아베노믹스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야마에 고야 SMBC닛코증권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조만간 아베노믹스를 뒤집거나 매우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끝낼 가능성은 작지만, 장기적으로 일본은행은 엔저 문제 등에 따라 일부 통화정책 수정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차기 일본은행 총재 선임 과정에서 기조 변화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2013년부터 일본은행을 이끌면서 대규모 금융완화로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해온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임기가 내년 4월로 끝나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그간 아베 전 총리의 지지자들로부터 차기 총재로 양적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를 선택하라는 압력을 받아왔으나, 수장인 아베 전 총리의 부재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 UBS수미신탁자산관리의 아오키 다이즈 수석 일본 이코노미스트는 “아베 전 총리의 부재는 당의 권력 균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가 아베파의 영향을 받아 균형 재정 기조도 후퇴시킨 바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 부채를 줄이는 노력에 집중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가정책연구소의 마스야마 미키타카 교수는 “재정팽창의 선봉에 있었던 아베가 사라지며 동력도 상실될 것”이라며 “당내에서 기시다의 입지가 견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에 대한 통제력이 좀 더 확대됐다고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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