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재정' 기조 지속가능성 낮아..'맞춤형 복지'는 복지 수준 낮출 것"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가 재정운용 방향을 두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시민 사회의 지적이 나왔다. 대규모 감세로 인해 세수는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재정건전성을 높인다는 명목하에 지출을 큰 폭으로 줄이면 결국 복지와 일자리 등 사회안전망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좌담회를 열고 새 정부의 국가 재정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 재정전략회의에서 지난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를 ‘긴축 재정’으로 전환하겠다며 이를 위해 재정 적자 수준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고 GDP 대비 부채 비율도 정권 말까지 50% 중반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지표에 의존해 국가 재정 상황을 실제보다 과대하게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재정수지는 복지 수준과 조세부담률, 국가 채무라는 트릴레마(삼중고) 속에서 적절한 비율을 정하는 것이 핵심인데 그 균형을 도출할 수 있는 이론적 모델이 없다”며 “정부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을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량 개념의 국가 부채는 지속적으로 쌓이고 유량 개념의 GDP는 매년 갱신되기 때문에 재정건전성과 무관하게 이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조하는 ‘재정건전성’이라는 기준 자체가 국제 기준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재정건전성이라는 단어는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거의 쓰지 않는다. 어떤 의미의 건전성인지도 의문”이라며 “재정건전성이라는 기준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복지 사업 등에 대한 지출 삭감은 거듭 거론하면서 이를 보완할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는 복지 투자 혁신과 성장 친화적 복지 전략 등을 제시했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특히 성장 친화적 복지 전략은 의미가 모호하고, 정부가 제시한 내용들이 성장 친화적 복지와 어떻게 연결되는 지도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을 앞세우다 보면 결국 사회안전망 확충은 도외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 교수는 “정부는 맞춤형 복지를 얘기하고 있는데 보편적으로 접근해야 할 복지와 사회서비스가 맞춤형 지원으로 바뀌면서 급여 수준과 접근성이 축소될 것”이라며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의 수혜자가 되는 과정에서조차 낙인 효과를 감수해야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충분한 조세 수입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위평량 위평량경제사회연구소장은 “시장 위기의 상황에서는 영역별 정부 개입으로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시장 경제 체제의 원칙”이라며 “재정 전략은 단순히 지출 중심에 두기보다는 재정 수입 측면과 중장기적 재정 지출 실효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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