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와 짜고 빌라 수백채 '갭투자'로 289억 빼돌린 세 모녀..검찰, "구속 수사 원칙"
수도권 일대에서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로 임차인의 보증금 298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세 모녀가 분양대행업체와 짜고 범행을 벌인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김형석)는 11일 사기·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김모씨(62)를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와 공모한 분양대행업체 대표 송모씨(41)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김씨의 두 딸(33·30)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임대차 보증금 액수가 실제 매매가보다 높은 이른바 ‘깡통전세’ 계약으로 피해자(임차인) 136명으로부터 보증금 약 298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김씨의 두 딸은 2017년 1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자신들의 명의를 김씨에게 빌려줘 김씨가 빌라 136채를 차명 소유하도록 도운 혐의도 있다.
김씨 등은 임대차 수요가 특히 많은 중저가 신축 빌라의 분양을 대행하는 업체와 짜고 건축주에 지급할 가격에 자신들이 가져갈 리베이트를 더해 분양가를 산정했다. 이후 공인중개사 등을 통해 모집한 임차인과 계약을 맺었다. 전세보증금은 이들이 산정한 분양가와 같은 금액이었다.
임차인들은 보증금이 건축주에게 지급되는 가격보다 고액이라는 사실, 보증금 일부가 리베이트로 빠져나간다는 사실 등을 전혀 알지 못했다. 김씨 등은 임차인이 보증금을 지급하면 이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나눠 갖고 빌라 소유권을 취득하는 식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경찰은 지난 1월 김씨와 두 딸을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넉 달 여간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 보완수사를 벌인 뒤 지난 5월 김씨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이후 조직적 범죄 정황을 발견해 공범인 송씨 등을 구속하고 추가 피해자도 85명 더 찾아냈다.
서울중앙지검은 “피해자들은 비교적 저렴한 주거형태를 이용하고자 하는 20~30대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으로 귀중한 주택 마련 자금을 잃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됐다”며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분양대행업체와 무자본 갭투자자가 ‘깡통전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설계한 후 조직적으로 사기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고 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전세보증금 사기 범죄에 대해 구속 수사를 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할 것을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보험(SGI)에 접수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8130건으로 피해금액은 총 1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가 전체 사고 건수의 89%에 달하는 등 ‘2030’ 청년과 서민의 피해가 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은 전세금 사기 범죄가 계획적·적극적으로 이뤄진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수사·공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전세금을 마련한 경위, 전세금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피해 회복 여부 등을 토대로 구체적 양형사유를 수집·제출하라고도 했다. 검찰은 범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적극 항소하고, 은닉재산을 추적해 피해회복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이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사기 사건의 범위는 피해금액 ‘5억원 이상’으로 제한된다. 5억원 미만의 전세 사기 사건인 경우, 검찰은 경찰 수사의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경찰 수사 결과를 송치받은 뒤 보완수사해야 한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 직접수사의 폭이 넓지는 않지만 범죄 전모를 밝히는 등 범죄자가 죄에 상응하는 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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