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원 "당대표 공천권 내려놓겠다..민주당 분당의 유령 퇴마시킬 것"[당권주자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강병원 민주당 의원(51)은 11일 “우리 당 의원들이 불안해하면 당대표 공천권을 내려놓고 당 중앙위원들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가진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지금은 당대표가 공천관리위원장을 임명하기 때문에 공천을 전횡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의원은 “친문(재인계) 의원으로서 문재인 정부 실책에 쓴소리하지 못했다”며 “부동산 세제도 징벌적으로 생각했다”고 사과했다.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인 강 의원은 “저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있다”며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와 차별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 시도에는 “분당의 유령을 퇴마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신뢰와 리더십이 붕괴됐다. 국민과의 약속을 스스로 깼다.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권력형 성비위가 반복됐고, (민주당 책임으로 발생한) 재·보궐 선거에 공천하지 않겠다는 당헌·당규를 전당원 투표로 비겁하게 바꿨다. 당 지도부는 토론을 거쳐 책임지고 결정하기보다는 강경파에 휩쓸렸다.”
-“새 술은 새 부대에”를 주장하고 있다. 86세대와의 차별점은.
“86세대는 독재 대 민주, 개혁 대 반개혁이라는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정체성을 키웠다. 1994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이념과 폭력 투쟁 중심의 학생운동은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해 대중운동 중심의 새로운 학생운동 깃발을 들었다. 선과 악을 가르려는 시각에서 벗어나 민생 문제에서 여야가 과감히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차인 권리 강화만 중요하게 생각해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 문제를 포용하지 않은 임대차 3법 단독처리 같은 것이 민주당이 벗어나야 할 잘못된 철학이다.”
-다른 97세대 후보들보다 당대표에 적임자인 이유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하며 시대 변화에 맞게끔 혁신과 통합의 리더십을 실현한 경험이 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싸움에서 승리한 역사도 있다.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5선 이재오 의원을 이겼다.”
-학생운동과 정치는 다르지 않나.
“학생운동에 이념 간 대립이 심했다. 민주당도 계파 갈등이 치열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계파 갈등을 뛰어넘어 통합하길 바라는 국민들이 많다. 해봤던 사람이 할 수 있다.”
-친문 계파에서 자유롭지 않다.
“저는 친문이 맞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안심시키며 대책을 남발하고, 조국 사태와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방치한 것들은 잘못이다. 쓴소리하지 못한 점은 반성한다. 이런 반성 위에서 친문과 친명(친이재명)을 넘어 통합과 혁신을 해내겠다는 결심을 세웠다. 새 인물이 등장해야 국민들이 통합과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
-출마가 유력한 이재명 의원보다 나은 점은.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 의원은 아직 출마선언도 안했다. 저는 출마선언을 제일 먼저 했다. 책임정치의 측면에서 이 의원보다 낫다. 이 의원은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 한번도 평가를 내놓지도 않았다. 성찰의 리더십 측면에서도 제가 훨씬 낫다. 이 의원이 나오면 또다시 계파싸움으로 흘러갈 것이란 우려가 있다. 민주당을 떠도는 분당의 유령을 퇴마시키고 당을 통합시키는 것이 강병원 리더십이다.”
-차기 당대표의 총선 공천권 행사에 대한 우려가 크다.
“2020년 총선에서 시스템 공천을 만들었다. 변한 게 없는데도 당대표가 공천권을 전횡할 것이라는 공포를 느끼는 상황이 굉장히 안타깝다. 이럴 때일수록 당대표는 공천권을 내려놓고 의원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당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장과 공관위원을 임명하기 때문에 공천권을 전횡한다고 볼 수 있다. 당선되면 공관위원들을 최고위원회에서 2배수를 뽑고, 당 중앙위원회 위원들이 숙의를 거쳐 공관위원들을 최종 선정하게 만들겠다.”
-대선 당시 최고위원이었다. 당 지도부로서 책임은 없나.
“대선 패배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원들은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는 순간 제대로 된 대선 평가를 할 수 없게 된다. 철저한 평가를 막고 어대명 흐름을 만들려는 염치없는 논리다.”
-민주당을 향한 입법 독주 비판은 어떻게 극복할 건가.
“국회는 혁명하는 곳이 아니다. 이제 민주당은 야당이다. 우리가 옳다고 단독처리하면 법이 실현되기 힘들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들도 이를 원치 않는다. 개혁 관련한 법일수록 치열하게 토론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동의 속에 통과시켜야 한다.”
-당대표가 되면 최우선 입법 과제는.
“경제 복합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어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물가가 오르며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임금노동자를 위한 대책이 없다. 대기업 감세가 있으면 직장인 감세도 필요하다. 의사들이 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는 박탈되지 않는 황당한 상황이다. 법사위에 계류된 ‘불사조 의사면허 특권폐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는 위법이다. 민주주의와 법치를 파괴하는 행위에는 장관 해임 건의안을 추진해서라도 맞서 싸우겠다.”
-낙태죄 폐지와 차별금지법 입법도 추진할 건가.
“2019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한 낙태죄의 입법 공백을 메우는 데에 나서겠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중요한 가치다.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민주주의 사회로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입법을 위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입장은 여전히 강경한가.
“종합부동산세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에 완고히 반대했었다. 돌이켜보면 부동산 세제를 징벌적으로 생각했다. 부동산 투기 억제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에 소홀했다. 유연하지 못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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