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유력 대선후보, 불문율 깨고 러닝메이트에 같은 종교 신자 지명
나이지리아의 유력 대선후보가 20년 넘게 이어져 온 관례를 깨고 같은 종교 신자를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유권자가 많이 분포한 지역 대표 인사를 내세워 확실하게 승기를 잡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해당 러닝메이트 지명자는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인물로 안보 우려는 커지고 있다.
나이지리아 집권당인 범진보의회당(APC) 대선후보이자 무슬림인 볼라 티누부가 불문율을 깨고 러닝메이트로 같은 무슬림인 카심 셰티마 상원의원을 지명했다고 10일(현지시간) 뱅가드 등 현지매체들이 전했다. 티누부 후보는 이날 모하마두 부하리 대통령과 회담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또 셰티마 상원의원을 두고 “유능하고 신뢰할 만한 인물”이라며 치켜세웠다.
나이지리아에서는 1999년 군정 종식 이후 주요 정당 대선후보는 다른 종교 신자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는 것이 관례로 자리를 잡아왔다. 나이지리아의 오랜 안보 위협 요소로 꼽히는 남부 기독교도와 북부 무슬림 간 갈등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전직 부통령이자 티누부 후보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로 꼽히는 아티쿠 아부바카르 인민민주당(PDP) 대선후보도 기독교도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티누부 후보의 무슬림 의원 러닝메이트 지명은 유권자가 더 많은 북부 무슬림 지역에 호소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나이지리아 무슬림은 전체 인구 중 53.5%로 45.9%에 그친 기독교도보다 500만명 이상 많다. 티누부 후보는 무슬림이지만 다양한 종교 분포를 보이는 남서부 지역 요루바족으로 기독교도 표도 상당 부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셰티마 의원의 러닝메이트 지명이 꼭 유리하게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은 지적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정부군과 보코하람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간 군사충돌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무장 갱단들의 납치도 빈번하다. 셰티마 의원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보코하람의 본거지인 북서부 보르노주에서 지사를 역임했다. 그가 주지사로 재임 중이던 2014년 보르노주 치복에서 200명 넘는 여학생들이 보코하람에 납치됐다. 셰티마는 이슬람 반군세력에 대한 정부의 화해 표시로 해당 조직 가담 혐의로 수감된 이들 일부를 석방하자고 제안했다가 무슬림 극단세력에 무르게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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