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교로 색을 붙인 추상화..박현주 '빛, 그림' 연작 전시

김준억 2022. 7. 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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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품 대신 아교와 안료(피그먼트)로 물감을 만들어 작업하는 박현주 작가가 평면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는 그동안 선보였던 반(半)입체 작업에서 벗어나 캔버스로 작업한 '빛, 그림' 연작 등 40여 점을 전시한다.

안료와 아교, 아크릴 물감 등을 적절히 사용해 조금씩 중첩하는 작업을 거친 화면은 오묘한 색감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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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개인전 전시 전경 [예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기성품 대신 아교와 안료(피그먼트)로 물감을 만들어 작업하는 박현주 작가가 평면 신작을 선보인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있는 예화랑은 14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박현주 개인전 '빛 속으로'(INTO Light)'를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작가는 그동안 선보였던 반(半)입체 작업에서 벗어나 캔버스로 작업한 '빛, 그림' 연작 등 40여 점을 전시한다.

그는 "반입체 형식의 회화적 오브제 작업이 빛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면, 평면 캔버스 작업은 시간의 흔적들이 쌓여가면서 만들어지는 빛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 개인전 전시 전경 [예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대 서양화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학대학원 스튜디오페인팅 석사를 마친 그는 일본 도쿄예술대학 대학원에서 미술 재료기법을 연구했다.

작가는 초기 르네상스의 금박을 입히는 이콘화(icon畵)와 아교를 사용하는 템페라(tempera) 기법을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독특한 추상 작업을 시도했다.

회화의 평면성을 중시하고 우연적 표현을 사용하는 등 모더니즘 추상화를 따르지만, 재료를 사용하는 방법의 차이로 동양적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작가는 기성 캔버스의 천을 뒤집어 제소(gesso)가 칠해지지 않은 면을 사용한다.

먼저 아사천에 토끼의 가죽에서 추출한 젤라틴 성분으로 만든 아교로 초벌 아교 칠을 한다. 이어 풍화된 조개껍데기를 빻아서 만드는 호분 등을 중탕한 아교 용액과 섞어 바탕 작업을 한다. 동양 채색화의 '아교포수', 호분 밑작업과 비슷하다.

흰 바탕이 완성되면 다시 어두운색 안료를 접착제인 아교 용액과 섞어 유색 바탕지를 만들고 그 위에 점차 밝은색을 올려 나간다. 안료와 아교, 아크릴 물감 등을 적절히 사용해 조금씩 중첩하는 작업을 거친 화면은 오묘한 색감을 보인다.

박현주 개인전 전시 전경 [예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는 붓 자국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무기로 뿌리기도 한다. 이런 작업을 거치면 안료는 비정형의 얼룩으로 캔버스에 붙는다. 일부 작품은 추가로 금분을 칠하거나 금박을 입혀 완성한다.

작가는 이처럼 섬세하고 수고스러운 작업 과정을 선종 불교의 용어 '회광반조(回光返照)'로 설명한다. '빛을 돌이켜 자신에게 비춘다'로 해석되는 이 말은 자신의 본심을 다른 데서 찾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고 찾으라는 뜻이다.

작가는 "매 순간 매일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행위와 삶을 돌아 비추어보라는 가르침에서 작업 과정은 나 자신을 바탕지 위에 올려다 놓게 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개인전 전시 전경 [예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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