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비어있는 尹정부 초대 공정위장..기재부 출신 위원장 선임되나

윤희훈 기자 2022. 7. 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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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옥렬 후보자 사퇴로 공정위 수장 공백 장기화
업무 공백도 커져.. '대통령 업무보고'도 미정
공정위 내부서도 불만
"논란 인물 발탁 후 사퇴로 사기 떨어져"
송옥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송 후보자는 이날 Fiat Justitia, Ruat Caelum(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라) 독일 철학자 칸트의 명언이 적힌 서울대 법대 에코백을 메고 출근했다. /뉴스1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0일 자진사퇴하면서 공정위원장 인선 과정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5월 10일 새정부가 출범한 후 62일이 넘도록 공정위의 리더십 부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공정위가 윤석열 정부에서 유명무실한 부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실의 인물 발탁과 인사 검증, 국회 청문회 일정까지 고려하면 신임 공정위원장 취임이 9월을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된 기업집단 규제에 힘을 빼겠다는 윤석열 정부에서 공정위는 ‘경제 검찰’ 또는 ‘기업 저승사자’로 불렸던 과거 위상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그나마 부여됐던 ▲경쟁 제한적 규제 개혁 ▲기업결합심사 제도 효율화 ▲대기업집단 동일인 친족 범위 조정 등 규제완화 관련 과제도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지는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11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부터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 일정도 잡지 못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다른 경제부처와 달리 공정위는 아직 위원장이 임명되지 못했기 때문에 부처 업무보고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것이다. 이번 업무보고는 각 부처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탁한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긴 하지만, 사의를 표명한 전 정부 인사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업무보고를 하는 것은 부적절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현재 조 위원장을 대신해 공식 업무를 수행 중인 윤수현 부위원장이 업무보고를 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변수가 많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위원장이 없는 상태에서 업무보고를 할 것인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수장 공백은 공정위의 기본 업무인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 등에서는 제재 심의도 멈추게 만들었다. 공정위의 최고 의결 기구인 전원회의도 2주째 열리지 않고 있다. 매주 수요일마다 개최되는 전원회의에서는 9명의 위원이 모여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에 대한 제재 여부와 처벌 수위 등을 정하게 된다. 지난주에는 조 위원장이 휴가를 가면서 휴회했고, 이번 주는 조 위원장이 업무에 복귀했으나 따로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인사 공백도 길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윤수현 상임위원이 신임 부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상임위원 한 자리가 비었고, 전 정부에서 임명된 사무처장은 사표를 내고 물러난 상태다. 위원장이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함에 따라 두 직위의 공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세종 청사.

회사법과 상법 전문가로 명망이 높던 송 후보자가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면서 후임 인선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성희롱성 발언이 문제가 됐지만, 본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고, 그 이후에는 송 후보자의 전문성이 부각되는 시점에서 자진사퇴 발표가 나온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송 후보자의 사퇴로 법조인과 교수 출신 인선은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직 관료 출신의 인선 가능성이 커졌지만, 공정위 부위원장 출신의 인선은 현실적으로 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중앙지검장 재임시 일어난 공정위 부정 취업 청탁 사건으로 전직 위원장, 부위원장들이 구속 기소된 악연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정위와 검찰이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로 마찰을 빚었다는 점도 공정위 출신 전직 관료들의 위원장 선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경우 공정위 출신이 아닌 다른 경제부처 출신 관료를 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시에도 김앤장 변호사 출신인 한만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정위원장 후보로 지명됐지만, 이해상충 논란 등으로사퇴하고 기획재정부 출신 노대래 당시 방위사업청장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됐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실물 경제부처 출신 관료들은 산업계와 접촉점이 많아 기업을 규율하는 공정거래위원장 자리에 어울리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정위가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을 모태로 하기 때문에 기재부 출신이면 괜찮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노 전 위원장 재임기에 대해 관가에서는 조직 운영이 썩 매끄럽지 않았다라는 평가가 많았다.

공정위 내부에선 인사 검증 과정에서 문제점이 불거진 인사를 공정위원장으로 인선한 데 대한 불만이 감지된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높아진 성인지 수준을 감안했을 때, 성희롱 논란이 있었던 인사가 공정위원장으로 취임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내부적으로 사기가 떨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도 오랫동안 고심하고 송 후보자를 내정한 것일 텐데, 갑작스럽게 사퇴 소식을 듣게 돼 당황스럽다”면서 “인물 발탁과 검증 과정 등을 고려하면 신임 위원장 취임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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