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격에 쓰인 '사제총'..유튜브에 제조법 영상 수두룩
제작법부터 시연 영상까지
무기정보 시정조치 1415건
유튜브 포함한 구글이 최다
경찰, 뒤늦게 영상차단나서
3년새 불법총기 138건 적발
지난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피격될 당시 사용된 총이 불법 '사제총'으로 알려지면서 총기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또한 한국처럼 총기 소지가 불법인데 유력 정치인이 사제총으로 피격당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사제총뿐 아니라 불법 총기류를 소지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1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유튜브와 포털사이트 등에서 특정 키워드를 검색할 경우 사제총 관련 영상과 관련 자료 등이 다수 검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해외에서 제작된 영상에는 나무 막대와 쇠 파이프, 스프링 등의 재료를 이용해 단순한 형태부터 복잡한 형태의 사제총을 직접 만드는 모습이 담겼다. 이렇게 만든 총기의 위력을 보여주며 시연까지도 했다. 이 중에는 3D프린터를 이용해 간단히 플라스틱 총기를 제작할 수 있도록 설계 도면을 제시한 자료도 있었다.
총기뿐만이 아니다. 간단한 화약류를 만들 수 있는 재료 또한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화약류를 만들 때 사용하는 질산칼륨은 인터넷으로도 구할 수 있다. 신분증 혹은 사업자등록증을 제시하고 용도만 기재하면 쉽게 질산칼륨을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 화약을 제조하고 작은 금속 조각만 구하면 이는 총알과 다름없다.
실제로 한국 또한 이렇게 제작된 '사제총'과 총알을 이용한 범죄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부산경찰청은 불법으로 총기를 제작해 판매한 혐의로 40대 남성 1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미국 총기 사이트에서 구매한 총기 부품을 국내로 몰래 들여와 모의 총기 부품과 결합해 실제 총기와 비슷한 격발 기능을 갖춘 권총과 소총 등으로 만들었다. 2016년엔 한 총격범이 강북구 오패산터널 입구에서 직접 만든 사제총을 발사해 경찰관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되는데,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불법 총기류 적발 건수는 모두 138건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발생한 총기 사고는 45건이고,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분실 신고된 민간 소유 총기류는 838개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2017~2021년 7월 기준 온라인 불법 무기류 정보 심의 건수는 5013건으로, 이 중 시정조치가 된 건은 1415건이다. 이 중에서 유튜브를 포함한 구글이 861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공공연히 유통되는 사제총 관련 정보를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유튜브와 같은 포털에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강화해 관련 정보를 제한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며 "이번 총격범도 정상적인 사고나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음을 고려해 볼 때 이런 위험 있는 사람을 찾아내 미연에 예방하는 게 더 장기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은 "사제총은 쇠구슬·못·화약 등을 장착해 앞으로 분출시키면서 목표물을 타격하게끔 고안됐다"며 "일반 총기에 비하면 위력은 덜하더라도 급소 부분을 타격하게 되면 사람을 충분하게 살상할 수 있을 만큼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서는 국내에서 모방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8월 15일까지 인터넷상 총기 제조 등 불법 게시물 특별점검기간을 운영한다. 가용인원은 시도경찰청별 안보수사 사이버 요원, 전국 경찰서 총포·화약 담당자 등 1000여 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터넷상 불법적인 사제 총기 제작물 등을 확인하는 경우 신속히 차단 삭제가 이뤄지도록 방송통신위원회에 차단 삭제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상헌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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