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가구 '수도요금 폭탄' 황당..알고 보니 검침원 '근무태만'
최대 800만원 이상 부과된 가정도
검침원 5명은 해임·정직·감봉 조치
주민들 "부실 행정 떠넘겨" 비판
전남 담양군 금성면에 사는 어머니 집을 찾았던 딸 A씨는 수도 요금 고지서를 확인하고 두 눈을 의심했다. 평소 5000원 가량 나오던 수도 요금이 지난달 5만원 가까이 나와서다. 어머니는 홀로 지내는 데다 주방을 제외하고는 지하수를 이용해 수도를 쓰는 일이 거의 없었다.
같은 마을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B씨도 최근 수도 요금 고지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매출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수도 요금이 전달보다 5배 가량 뛴 7만9000원이나 나왔다. B씨는 건물이 오래됐기 때문에 누수 문제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담양군에서 보낸 사과문을 보고서야 ‘수도요금 폭탄’의 진실을 알게 됐다.
1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담양군은 지난달 금성면 일대 1954가구에 총 3억4000만원 상당의 수도 요금을 청구했다. 평소 6000여만원대였던 마을 전체의 수도 요금이 갑자기 6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가구당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800만원이상이 부과된 경우도 있었다.
담양군은 사과문을 통해 금성면 일대에 떨어진 ‘수도요금 폭탄’의 내막을 알렸다. 사과문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스마트 원격검침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 아날로그 수도계량기를 디지털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전수검사를 벌였다. 그 결과 그간 상수도 검침량과 실제 사용량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군청 소속 검침원들이 매월 상수도 수용 가구를 직접 방문해 계량기를 확인해야 하는데,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임의로 사용량을 기재해 왔다는 것이다.
사과문은 그러면서 ‘수도 요금 및 수수료에 대한 소멸 시효는 3년으로 한다’는 민법 163조 들어 “디지털 계량기 교체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 3년분에 한해 누진세를 제외한 요금을 측정해 부과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누락된 수도 요금에 대해선 12개월 분납이 가능하다는 방침도 밝혔다.
담양군은 근무태만 문제가 적발된 검침원 5명에 대해선 해임·정직·감봉 조처를 내렸다고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사과문만 발송한 채 담양군이 부실행정의 잘못을 주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60대 한 주민은 “수년간 군이 업무를 부실하게 하고선 마치 주민들이 잘못한 것처럼 ‘통보’했다”며 “과거 3년 분에 한해서만 수도요금을 부과한다는 것도 생색내기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담양군 물순환관리소 관계자는 “검침원 대상 지도·감독을 지속적으로 벌여 다시는 군민들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장기간 누수 등으로 과도하게 요금이 발생한 가구에는 이의신청을 받아 최대한 (수도 요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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