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화'된 홍콩, 건강코드 시스템도 따라가나
홍콩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중국식 건강코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건강코드가 주민들의 이동 통제에 악용돼 논란을 빚고 있는 터라 개인정보와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로충마우 홍콩 보건장관은 전날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휴대전화 건강코드에 실명 인증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 장관은 그러면서 현재 중국 본토에서 사용하는 건강코드 시스템과 유사한 방식으로 자체 건강코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조정하는 것이 하나의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홍콩은 현재 ‘리브홈세이프(Leave Home Safe)’라는 건강코드 앱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앱은 공공장소 이용시에만 활용되고 별도의 실명 인증 없이 사용자의 휴대전화 번화만 기록하도록 돼 있다. 반면 중국 본토에서 사용하는 건강코드는 실명 인증 방식으로 사용자의 특정 지역이나 장소 방문 이력 등에 대한 데이터를 모두 수집한다. 이를 기반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면 직·간접적인 접촉자를 가려내고 관련 인원의 이동을 통제한다. 본토 거주자는 이 건강코드의 상태 표시가 녹색으로 나타나야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하고, 황색으로 표시되면 공공장소 출입이나 대중교통 이용 등이 제한된다. 빨간색은 격리 대상자를 의미한다.
현재 홍콩에서 사용하는 건강코드 앱은 이와 같은 기능이 없어 고위험군의 공공장소 출입 등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게 홍콩 정부 입장이다. 로 장관은 “현재 건강코드 앱은 코로나19 감염자라하더라도 공공장소 접근을 막을 수 없고 주민들에게 고위험 장소에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 “만약 코로나19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고 그들이 주변을 돌아다니게 한다면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이 그들의 자유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본토에서 일부 지방정부가 건강코드를 임의로 조작해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사례들이 발생함에 따라 홍콩에서 유사한 방식의 건강코드를 도입할 경우 개인정보와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뒤따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중국에서는 최근 허난성에서 부실은행으로 지정된 마을은행 예금주들의 이동을 막기 위해 지방 방역당국이 건강코드를 임의로 조작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진동옌 홍콩대 생물의학과 교수는 “홍콩과 본토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본토 시스템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반드시 효율적이라 할 수는 없다”며 “건강코드 색깔이 바뀌어 주민들이 외출할 수 없고 행동의 자유가 제한된다면 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야당인 민주당 의료정책 대변인인 라몬 위엔 호이만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해외 연구들은 엄격한 코로나19 조치가 사회 통합과 화합에 부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대중들 사이에는 민감한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 부족에 대한 우려가 걱정거리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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