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쇼크' 속 무주공산에 깃발 꽂은 기시다.. 홀로서기로 장기집권할까
일본의 집권여당인 자민당이 지난 10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치적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 3년간 대형 선거없이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을 모두 석권해 독주의 틀을 마련한 기시다 총리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그늘에서 벗어나 장기집권으로 내달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125석을 선출한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63석, 연립여당 공명당은 13석을 확보해 총 76석을 당선시켰다. 이번에 선거를 치르지 않은 의석 수는 자민당 56석, 공명당 14석으로 모두 합치면 전체 248석 중 146석이다. 자민당은 선거 전보다 8석이 늘면서 자민당만 127석으로 과반(125석)을 차지했고, 공명당과 합치면 전체 의석 중 58.87%를 차지했다.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 등 평화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야당들까지 포함하면 참의원 전체 의석의 3분의 2(166석)를 훌쩍 뛰어넘는 177석이 확보됐다. 중의원도 연립여당만 465석 중 294석에 개헌에 호의적인 정당들은 모두 346석을 차지해 일본 헌법상 개헌 발의 요건을 충족했다.
오는 2025년 7월 참의원 선거까지 일정이 정해진 선거는 없어, 기시다 총리 내각은 의회를 해산하지 않는 한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관심이 쏠리는 건 자민당의 의석 수보다 자민당 내의 역학관계 변화다.
◇ 아베派에 눌려있던 기시다, 아베 공백 속 홀로서기?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내 4위(44석) 파벌 ‘고치카이’의 수장이다. 고치카이는 요시다 시게루 전 수상의 직계로 분류되며 일본 행정관료집단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 상대적으로 온건 성향을 띄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고치카이의 세(勢)만으로는 힘들었지만, 아베 전 총리가 이끄는 당내 강경파이자 최대 파벌(94명) ‘세이와카이’의 지원 속에 총리에 오를 수 있었다. 세이와카이는 기시다를 총리로 추대하는 대신 관방장관·방위상·경제산업상 등 주요 각료와 총무회장·국회대책위원장 등 당내 요직을 장악했다.
기시다 총리가 전전임(前前任) 아베 전 총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던 이유다. 한국의 반발에도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추천하거나, 방위비를 5년 내 2배까지 증액하겠다는 공약 역시 아베 전 총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아베 전 총리가 지난 8일 선거 유세 도중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일본 자민당 내 권력에도 큰 공백이 생겼다. 기시다 총리로서는 아베파의 간섭에서 벗어나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열린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전 총리를 중심으로 결속해왔던 세이와카이가 현재 마땅한 후계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최대 파벌이 불안해지면 당내 역학 관계도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기시다 총리가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설지 알 수 있는 신호는 각료와 당직 인사에서 드러날 것으로 예측된다. 자민당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9월까지 내각과 당직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는 8월 하순이라도 개각과 당 간부 인사를 단행할 의향”이라며 각료 중에는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당 간부 중에는 아소 다로 부총재와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의 유임이 유력시된다고 내다봤다.
‘홀로서기’에 대한 가늠자는 아베 전 총리의 측근이자 강경파로 분류되는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과 다카이치 정조회장이다. 이들이 유임된다면 세이와카이와의 연합전선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지만, 인사 폭이 커진다면 당권 장악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일관계도 마찬가지다. 아베 전 총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극심한 갈등 속에 대한(對韓) 강경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해왔고, 아베 전 총리의 조문을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를 대표로 한 조문단을 파견하는 한편 박진 외교부 장관 등 한국의 고위급 인사들도 방일하기로 예정돼 있어, 기시다 총리가 한일 갈등 현안을 풀기 위한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일본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였고, 퇴임 역시 건강상의 이유가 컸던 아베 전 총리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이번 선거의 승리도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추모와 애도 분위기로 표가 응집된 것이고, 이같은 기류가 상당 기간 이어진다면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도 칼을 휘두르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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