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압승한 기시다 "최대한 빨리 개헌 발의"..개헌 가능성은?

정원식 기자 2022. 7. 1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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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정당 '평화헌법' 각론 시각 차
당장 발의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
최종 관문 국민투표, 여론은 우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참의원 선거 결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숙원인 헌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느 때보다 개헌이 유리한 환경이지만 개헌 세력 간 이견 조율 등 합의 과정이 필요해 본격적인 개헌 절차 돌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참의원 선거 압승 다음 날인 11일 기자회견에서 “어제 참의원 선거에서 조기 개헌 목표를 지켰다”면서 헌법 개정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선거 당일 밤 TV아사히에서 자위대 명기, 긴급사태 대응 규정 신설, 통합선거구 해소, 교육 환경 충실화 등 네 가지 구상을 담은 자민당의 개헌 방안에 대해 “꼭 이 4개 항목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을 결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분카방송에서도 “3분의 2 결집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가능한 한 빨리 발의해 국민투표로 연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NHK 집계에 따르면 전날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은 이번에 새로 뽑는 125석 가운데 76석(자민당 63, 공명당 13)을 확보했다. 여당의 기존 의석(자민당 56석, 공명당 14석)을 합치면 146석으로 전체의 과반(125석 이상)을 크게 웃돈다.

의석수만 놓고 보면 개헌은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크다. 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개헌 세력 4개 정당은 이번 선거 결과 개헌 발의 요건인 전체의 3분의 2(166석)를 여유 있게 넘어서는 177석을 확보했다. 앞서 2019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는 개헌 세력이 3분의 2 의석 확보에 실패한 바 있다.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참의원과 중의원에서 각각 전체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개헌 세력은 이미 지난해 10월 선거를 통해 중의원에서 전체의 3분의 2(310석)를 크게 넘어서는 의석을 확보한 상태다.

대내외적 여건도 나쁘지 않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향후 3년 동안 대형 선거가 없어 선거 결과에 대한 부담 없이 국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헌법 개정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끌었던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아베파 의원들도 지난 8일 총격 테러에 희생된 고인의 ‘유지’를 앞세워 개헌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위기감도 고조된 상태다.

하지만 당장 개헌안이 발의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헌 세력들 사이에서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개헌의 핵심은 헌법 9조다. 이른바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은 9조에서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재무장을 막는다는 의미에서 ‘전쟁·무력행사의 영구적 포기, 전력 불보유’ 등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9조 2항에는 “육해공군이나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기돼 있다. 일본이 실질적인 군대인 자위대를 보유하는 것은 위헌이란 주장이 제기된 것은 이 조항 때문이다. 이에 아베 전 총리는 논란을 끝내기 위해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을 추진해왔다. 기시다 총리가 밝힌 자민당의 개헌 구상 네 가지는 아베 전 총리가 2018년 재임 시절 정리해 발표한 내용이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자위대를 헌법 9조에 명기하는 방안에 찬성하지만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계속 검토를 진행한다”는 소극적 입장이다. 또 국민민주당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21일 NHK 토론 프로그램에서 “발의 내용에 관해 일치할 수 있는 세력 3분의 2가 모이지 않으면 발의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의 군대보유와 무력 사용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가 개정될 경우 한국과 중국의 격렬한 반발도 감당해야 한다.

개헌의 최종 관문은 과반 찬성이 필요한 국민투표다. 여론은 우호적이다. 교도통신이 지난 3∼4월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우편 여론조사에서는 개헌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68%)이 필요 없다는 응답(30%)의 두 배를 넘었다. 지난 5월 발표된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56%로, ‘바꿀 필요가 없다’는 응답(37%)보다 높았다. 다만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헌법 9조 개정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59%)이 찬성 의견(33%)보다 많았다.

아사히신문은 11일 아베 총리 시절인 2016년 참의원 선거에서도 개헌 세력이 3분의 2를 넘었으나 야당의 반대 등으로 논쟁이 장기간 정체됐다면서 “숫자상으로 3분의 2를 얻었더라도 개헌 논의가 단번에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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