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9시까지 확진자 3만5000명..정부, 거리두기 재개할까
코로나19 재유행이 사실상 시작되면서 정부가 방역정책 전반을 정비한다. 정부는 11일 국무총리 소속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뒤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거쳐 발표한다. 거리두기 재개, 의무 격리일수 조정, 4차 백신접종 확대 등이 주요 쟁점이다. 다만 정책이 대폭 바뀔 여지는 크지 않다. 아직 병상 부족 등 의료체계 과부하가 나타나지 않았고, 동네 병·의원 진료 체계도 구축됐기 때문이다.
최근 확진자는 정부 예상을 넘어서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11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3만5805명으로 집계됐다. 1주일 전인 지난 3일 동시간대 집계치(1만7146명)의 2.1배다. 주간 평균 확진자 수는 6월 말 7000여명까지 떨어진 다음 반등해 지난주 1만8000여명까지 늘었다. 방역당국이 지난 6월 중순 ‘7월 말 9000여명’을 예측했는데 이미 그 2배에 달했다.
다만 확진자 급증이 곧바로 거리두기 재개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거리두기 정책의 초점은 확진자를 줄이는 것 자체에 있지 않다.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 입원병상이 부족해지거나 노인 등 고위험군 관리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막는 데 있다. 11일 기준 병상 가동률은 중환자 전담치료병상 9.1%, 준·중환자 병상 18.9%, 감염병 전담병원 14.2%로 여유가 있다.
재유행은 오미크론 계통 변이인 ‘BA.5’가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데, 방역당국은 BA.5도 올해 초 유행했던 ‘BA.1’와 ‘BA.2’처럼 위험도(중증도)가 높지 않다고 잠정 판단하고 있다. 현재로선 자영업자에게 피해를 안기면서까지 거리두기를 강화할 필요성이 높지 않은 것이다. 지난 오미크론 유행 때 정부가 확진자가 수십만명으로 급증하는 데도 불구하고 거리두기를 조금씩 해제한 이유도 같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백신 접종과 자연 감염을 통한 항체 형성률이 충분히 올라왔고, 이제는 생활치료센터에 확진자·접촉자를 다 격리하지 않고 동네 병원에서 대면진료까지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어느 정도 갖췄다”며 “강제적인 거리두기를 도입할 필요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말했다. 지난 1~4월 질병관리청이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자 1612명을 조사한 결과 항체 양성률은 94.9%(1530명)로 나왔다. 코로나19 검사, 진료, 치료제 처방을 하는 병·의원은 11일 기준 전국에 1만2916개가 있다.
정기석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은 회의에서 “이제는 전파를 차단하는 것보다 피해 최소화에 집중해 고위험군을 보호하고, 중증·사망화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도록 현재의 의료대응 체계를 면밀히 점검해 의료 대응 측면에서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확진자 수 억제보다는 중증환자 수 억제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이다.
확진자 의무 격리일수(7일)를 조정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정부가 지난 6월17일 격리일수를 유지하기로 결정할 당시 제시한 자료를 보면, 격리일수를 5일 혹은 3일로 줄이거나 아예 없앨 경우 7~8월 확진자 수가 최대 8.3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난 뒤 적어도 7일까지는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방역당국 분석 결과도 있다.
재정당국은 줄곧 격리자에게 지원하는 생활지원금·유급휴가비 등 비용을 줄일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11일부터 중위소득 이하 가구·30인 미만 사업장에만 지원하기로 기준이 바뀌면서 재정부담이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다. 다만 격리 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에 격리일수를 자율에 맡길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초 주간 평균 확진자 수가 40만명으로 치솟을 때는 경영자단체가 기업 인력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백신 4차 접종은 대상자를 지금보다 확대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추가 4차 접종 계획을 논의했다. 아직 오미크론 맞춤형 백신이 시중에 나오지 않은 점, 지난 오미크론 유행 시 40대 이하 치명률은 0%에 가까웠던 점 등을 감안해 50대까지만 접종 대상을 넓힐 가능성이 거론된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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