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 한시가 급한데.." 비수도권 반발에 속타는 반도체업계

오문영 기자 2022. 7. 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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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가 없다면 2류국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11일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이 정부의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데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반도체 업계 인사는 "국가 간 반도체 경쟁이 촌각을 다투는 의제가 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의사 결정"이라며 "수도권 학과 정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인재가 바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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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사진제공=삼성전자


"인재가 없다면 2류국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11일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이 정부의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데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비수도권 대학들의 사정은 이해되지만 반도체 인력 양성이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란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이 반도체 패권 확보를 위해 사실상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인재 양성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증원은 업계의 오랜 숙원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사들과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부족한 인력은 1년에 3000여명 수준이다. 그러나 한해 반도체학과 졸업생은 650여명에 불과하다.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반도체 등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학과에 한해서라도 학과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수도권 대학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입학정원이 제한돼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규제 완화 방침이 가시화했지만 최근 지방대를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비수도권 7개 권역 127개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협의회는 지난 8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만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8일 비수도권 7개 권역 대학총장협의회 연합회장인 이우종 청운대 총장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협의회는 반도체 학과 정원을 수도권을 제외한 9개 광역지자체 중심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규제는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에 대한 가장 확실한 방어책이자 최후의 보루"라며 "지방대학 시대를 표방한 정부의 행정부처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 증원을 언명하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며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한 순간에 무너뜨린다"고 말했다.

업계는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평하게 정원을 배분하자는 비수도권 대학의 주장은 결국 인재 확보라는 본질을 도외시한 요구란 설명이다. 지금도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간 반도체 학과 선호도 차이는 크다. 올해 입시에서 수도권 대학 경쟁률이 치열했던 반면, 비수도권 대학은 8곳 중 3곳에서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반도체 관련 학과 중도 포기 학생 수의 경우에도 비수도권이 서울 지역보다 6.6배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지 못하는 배경이다. 업계 한 인사는 "기업이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 조차도 수도권 내 대학교가 아니면 진학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 말했다.

업계는 무엇보다도 정책 추진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음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기대감을 부풀려놓고 결국 백지화로 가는 것이 아니냔 푸념 섞인 하소연도 나온다. 지난해 중순 국가첨단전략산업법(반도체특별법) 제정 논의가 이뤄질 때도 이같은 요구가 나왔으나 결국 특별법 내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는 빠졌던 경험에서 나오는 불안감이다.

반도체 업계 인사는 "국가 간 반도체 경쟁이 촌각을 다투는 의제가 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의사 결정"이라며 "수도권 학과 정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인재가 바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교수 부족과 시설 기자재 확충 등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면서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해 학부생들을 대학원으로 유도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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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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