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재앙" 푸틴 한마디에 기름값 전망..65달러 vs 380달러 '극과 극'

김성은 기자 2022. 7. 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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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22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안보 위원회 위원들과의 화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C) AFP=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 등을 향해 '재앙'이란 단어까지 언급하며 에너지 숨통을 더욱 조이자 국제유가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50년 전 '오일쇼크'에 비견될 정도의 공급난 가중으로 유가 포함 에너지 가격 전반이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반면, 인플레이션 가속화와 공장 폐쇄 등으로 경기가 침체돼 유가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팽팽히 맞섰다.

전기료 폭등·공장 셧다운 우려 등 이미 고통받는 유럽···푸틴, 에너지 재앙 '경고'
11일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부터 열흘간 러시아에서 독일로 가스를 수송하던 '노르트스트림 1' 파이프라인 가동이 중단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국제 관계 경색 이후 이미 수송량이 기존 대비 40%로 줄었었지만 이마저도 아예 중단되는 것이다.

러시아 측은 정기보수를 이유로 일시적 가동 중단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독일 등 유럽은 푸틴 대통령이 자원을 무기 삼아 가스 수송을 영영 끊어버릴 수 있음을 우려해 대비에 나서고 있다. 유럽은 가스 수요의 약 40%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온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 주요 7개국(G7)을 중심으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자 지난 8일 "(서방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해를 입히고 있지만 서방 강대국들은 인플레이션, 증가하는 생활비 등과 싸우면서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제재가 추가되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유럽 정부들은 민간과 산업계에 두루 에너지 절약 혹은 전환에의 노력을 독려중이다. 유럽 주요 발전원인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이미 전기료는 폭등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영국 가계 전기료는 2020년의 세 배 수준인 최대 3400파운드(530만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10일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독일 작센주의 디폴디스발데에서는 한 주택조합이 세입자들에게 앞으로 이른 아침과 정오, 저녁 일정 시간대만 온수가 나올 수 있다고 알려 소셜미디어상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유럽이 두려워하는 것은 동절기 한파를 이겨내지 못할 정도의 에너지 수급난이다. 독일의 가스 비축량은 60% 안팎에 머물러 있는데 이를 10월까지 80% 11월까지 90% 채우는 것이 목표다. 비축분이 모두 채워지면 러시아로부터 가스가 전면 중단되도 10주를 버틸 수 있다. 비축분 확보를 위해 독일은 최근 석탄 화력 발전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가스 공급이 원활치 않을 경우 기업들의 공장 가동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스 공급이 줄어들 경우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독일의 바스프(BASF)가 200개 공장 가동을 중단시킬 수 있으며 이는 치약에서부터 자동차까지 전세계 공급망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에 대해 CNN은 "연료의 부족은 전세계 경제에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경기침체는 물론 더 큰 인플레이션을 경고한다"고 전했다.
65달러? 380달러? 무의미해진 유가 전망···변동성 높은 한 달 예고

국내 에너지 업계는 최근 상승세가 주춤했던 유가가 푸틴 대통령의 도발로 재차 치솟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유럽에서의 천연가스 공급량 부족에 대한 위기감이 에너지 가격 전반에 대한 상승세를 불러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몇몇 기업들은 기존 가스 발전원의 연료를 석유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기 때문이다. 산업용 등·경유 수급이 지금보다 더 빠듯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 일부 기업들은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으로 정전 사태에 대비해 기존 가스 발전원에 석유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비 전환에 돌입했다. 부르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도 자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부족에) 대비치 않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도됐다.

지난 2일 JP모건은 러시아의 또 다른 보복 카드로 석유생산 감소에 본격 나선다고 가정할 때, 최악의 경우 유가는 배럴당 38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반해 최근 인플레이션 가속화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공장 셧다운 사례가 확산된다면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오히려 유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맞선다. 지난 5일 씨티 그룹은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침체 수준으로 둔화될 때 올 연말 유가는 배럴당 65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봤다. 경기침체가 없다는 가정하의 유가도 85달러로 예측했다.

한편 이번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서 국제유가를 진정시킬 신호가 나올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중이고 사실상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도 고유가 덕에 산유국 지위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터라 유가를 진정시킬 만한 내용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전망이 60달러대에서 300달러대까지 나오고 있어 현재 유가 향방을 논하기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방문 결과, 각종 경기 지표들이 나올 이번 한 달간 유가 변동성이 매우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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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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