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억→83만원..'원샷치료제' 건보 적용, 생후 24개월로 제한되나
일부 대형병원이 1회 투약에 27억원이 넘는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를 처방약제 목록에 올리면서 이 약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곧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젠 건보 적용 대상자가 어떻게 정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 안팎에서는 앞서 건보 급여 혜택을 준 미국, 일본의 사례를 따라 생후 24개월로 제한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이 경우 생후 24개월이 넘은 SMA 환아는 건보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사실상 투약이 불가능하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학병원은 최근 졸겐스마를 처방 약제 목록에 올렸다. 오는 25일 졸겐스마 개발 제약사인 노바티스와 정부의 약가 협상 종료를 앞두고 건보 급여 적용을 준비하는 단계로 풀이된다. 추후 다른 병원들도 처방 약제 목록에 졸겐스마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졸겐스마는 현재 건보공단과 개발 제약사인 노바티스 간 약가협상 단계에 있다. 기한은 오는 25일까지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0일 건정심을 연다. 이전에 약가가 결정되면 내달부터 건보 적용이 될 수 있다. 21일 이후에 약가가 결정되면 오는 9월부터 건보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건보 급여 대상자다. 업계 안팎에서는 건보 급여 대상에 제한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과 일본 등 앞서 졸겐스마에 건보 급여를 적용한 국가는 급여 적용 제한을 24개월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생후 24개월을 넘은 아이는 건보 혜택을 받지 못한다. 희귀질환 치료제라 임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전 세계적인 가이드라인을 따라 우리나라도 비슷한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졸겐스마가 건보 급여 적용이 되더라도 협상 과정에서 생후 24개월이 넘은 아이들은 건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한 환아 아버지는 "졸겐스마를 아이에 투약하는 것은 부모로서 도박이다"라면서 "그럼에도 한 번 투약으로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건보 급여 적용을 기다려왔는데 협상 과정에서 아이가 24개월을 넘었다. 건보 적용을 기다려왔는데 월령 때문에 맞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국내 SMA 환자 수는 200여명으로 추산된다. 한국 노바티스는 월령과 관계 없이 영유아로 분류되는 환아가 10명 안팎인 것으로 본다. 정부가 생후 만 24개월을 건보 적용 대상으로 제한하면 이후 회사 측이 이외 환아들에 대해서도 투약 확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SMA는 태어날 때부터 운동신경세포의 기능이 손상된 질환이다. 근력저하, 근위축증 등 움직임이 어렵고 심한 경우 호흡에 문제가 생겨 생명까지 위협한다.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1만명당 1명꼴로 발병한다.
졸겐스마 건보 적용을 기대려온 것은 이 약이 '원샷 치료제'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SMN1 유전자의 기능적 대체본을 제공해 병의 근본 원인을 제거한다. 한 번만 맞으면 완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이다. 1회 투약 비용이 212만5000달러로 현재 환율을 적용하면 무려 27억원에 달한다. 건보 혜택 없이 일반 국민이 본인 부담으로 투약은 불가능하다. 대신 건보가 적용되면 소득 분위에 따라 83만~598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치료제에 건보 급여를 적용하는 과정은 총 4단계를 거친다. 제약사가 등재 신청을 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급여 적용 적정성을 평가한다. 이후 건보공단이 60일 내 약값을 결정하고 30일 이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최종 심의, 의결한다.
초고가 치료제인 만큼 정부와 제약사 간 약가 협상에 시일이 걸리는 모습이다. 지난 5월25일부터 시작된 약가 협상은 오는 25일까지 진행된다. 업계 관계자는 "졸겐스마 이후에도 초고가 약제 건보 등재 요청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 정부가 약가를 낮추고 있을 것"이라며 "제약사 측에서도 최종적으로는 정부 제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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