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정치권 로비, 시위 선동"..파일에 담긴 '우버 5년'

임소연 기자 2022. 7. 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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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 캘러닉 전 우버 공동설립자/사진=AFP

미국 우버가 사업을 세계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위법을 저지르고 각국 정치권에 광범위한 로비를 벌인 정황이 담긴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택시업계의 폭력행위를 자사에 유리하게 역이용하거나 수사를 불법적으로 방해하고, 자사 수익 모델에 유리한 연구 결과를 만드는 데 돈을 막대하게 쏟은 내용도 드러났다.

10일(현지시간) 가디언과 BBC 등은 이런 정황이 담긴 12만4000건의 기록 '우버 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우버가 2013~2017년 5년간 전 세계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던 때 40개국의 관련자들과 주고 받은 이메일 및 문자 대화 내용이 포함돼있다. 가디언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를 통해 29개국 언론인과 공동작업했다.

폭로된 자료에 따르면 우버 공동설립자 트래비스 캘러닉은 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던 때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경제장관과 올라프 숄츠 독일 함부르크 시장,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 등과 개인적으로 접촉해 우버에 유리한 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우버는 해당 5년간 로비에만 9000만 달러(1000억 원)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캘러닉 지휘 하에 우버는 각국 정치인에게 접근해 회사 지분을 나눠주고, 전략적투자자(SI)로 유치해 막대한 후원을 받기도 했다. 우버 수익모델의 강점과 시장에 대한 긍정적 영향만 강조하는 연구논문을 발행하기 위해 학자들에게도 수십만 달러를 지급했다.

자료에선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이 주요하게 등장한다. 파리는 유럽 내 우버의 첫 진출 국가다.

마크롱은 경제장관을 맡았던 2014~2016년 캘러닉과 개인적으로 4차례 정도 만나 우버의 프랑스 상륙을 논의했다. 마크롱은 2014년 우버가 정식면허를 보유하지 않은 운전자의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팝'을 내놓자, 서비스가 프랑스에 진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우버팝을 두고 반대 시위가 격해지자 마크롱 대통령은 칼라닉에 문자를 보내 "법을 개정하기 위해 다음 주에 모든 관계자를 모을 것"이라고 했고, 몇 달 후 우버 운전자의 면허 취득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우버는 마크롱에게 "매우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냈다. 또 내부 문건에서 "우리가 받은 개방성과 환영은 정부와 산업 관계에서 이례적"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사진=AFP

우버가 본격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던 2016년에는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에서 택시 기사들의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일었다. 파리에서 택시 파업과 폭동이 일어나 자동차가 불에 타고 도로가 마비됐을 때 캘러닉은 "폭력은 성공을 보장한다"며 우버 운전자들을 부추겨 보복 시위를 준비하라고 우버 프랑스 경영진에 지시했다.

가디언은 우버가 증거 은폐를 위한 노력도 들였다고 설명했다. '킬 스위치'(Kill switch)라는 프로토콜로 우버는 법 집행 기관이 회사 컴퓨터에 접근할 수 없게 막았다. 캘러닉은 2015년 이메일을 통해 "최대한 빨리 킬 스위치를 눌러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접근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킬 스위치는 캐나다, 벨기에, 인도, 루마니아, 헝가리에서 사용됐고 프랑스에서는 최소 3번 시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캘러닉의 대변인은 일부 문서의 진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캘러닉은 우버 운전자들의 폭력을 부추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같은 보도에 우버 측은 "당시 5년간의 과오를 인정하지만, 캘러닉을 포함한 그 누구도 우버 운전자들의 폭력을 원하지 않았다"며 "현재 직원의 90%는 캘러닉이 사퇴한 후 입사했다. 다라 호스로우샤히 CEO가 들어오고 나서는 킬 스위치는 폐기됐다"고 해명했다.

앞서 2017년 캘러닉은 사내 성추행·성차별, 남성위주의 문화, 불법과 합법을 멋대로 넘나드는 운영 방식 등에 대한 논란으로 CEO직에서 물러났다. 2019년에는 회사 이사회에서도 퇴진하면서 우버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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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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