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올린 자녀 사진도 아이가 직접 삭제 요청 가능.. 아동 '잊힐 권리' 보장한다

남지원 기자 2022. 7. 11. 15: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영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엄마가 제 사진과 일상을 자꾸 블로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세요. 제가 밥을 먹는 사진이나 잠자는 사진, 우습게 나온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제 몸무게나 성적 같은 내용을 아무렇지 않게 적어놓기도 하고요. 딸의 프라이버시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건지 너무 기분이 나빠요. ‘딸이 살이 많이 쪘네요’ 같은 댓글이 달려 있는 걸 보면 아는 사람이 볼까 봐 불안하기도 해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초등학교 6학년 A양이 한 포털사이트 상담 게시판에 올린 글)

앞으로 A양처럼 본인의 개인정보와 사진을 온라인에서 삭제하거나 블라인드(숨김) 처리하고 싶은 아동·청소년들은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아동·청소년이 신청하면 본인이나 제3자가 올린 사진과 영상, 게시물 등을 삭제해주는 ‘잊힐 권리’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교육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는 11일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아동·청소년 시기에 본인이나 타인이 온라인에 올린 사진, 동영상 등 개인정보가 담긴 게시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잊힐 권리’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본인이 올린 게시물의 삭제나 블라인드 처리를 일정한 요건 하에 정부가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우선 실시하고, 2024년부터는 본인이 아닌 부모와 친구 등 제3자가 올린 게시물로 삭제 대상을 확대한다.

성인에 대한 ‘잊힐 권리’는 표현의 자유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란 속에 아직 법제화되지 못했지만, 아동·청소년의 경우 성인에 비해 개인정보 침해 위험 인식이 낮고 권리 행사가 어렵다는 특성 등을 고려해 먼저 법제화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앞서 보호자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자녀의 사진과 영상 등에서 개인정보를 조합해 아이가 유괴 범죄의 표적이 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고, 온라인 게시글로 인한 또래집단 내 사이버폭력 등의 문제가 생긴 경우도 많다.

최영진 개인정보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에 장기간 축적된 개인정보는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성인이 된 후에도 아동·청소년기에 올린 온라인 개인정보를 삭제 요청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해 2024년까지 법제화할 예정이다.

개인정보보호법 보호 연령 만 14세→18~19세로
부모가 자녀 사진 올리는 ‘셰어런팅’ 위험 교육 확대

개인정보보호법상 보호 연령도 만 14세에서 만 18세나 19세 미만으로 올리기로 했다. 현행법은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처리할 때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만 있어 만 14세 이상의 청소년은 성인과 동일한 취급을 하고 있었다.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 수집 시 아동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사용한 아동용 처리방침 공개도 의무화한다. 만 14세 미만 아동임을 알고 있는 경우 상업용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하는 것을 제한한다.

아동과 보호자에 대한 개인정보 교육도 강화한다. 보호자가 자녀의 동의 없이 소셜미디어에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이른바 ‘셰어런팅(Sharenting)’에 대해서는 자녀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가능성과 위험성, 자녀의 의사 존중 필요성 등에 대한 교육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는 초등학교 실과, 중·고등학교 정보 과목 등을 활용해 교육과정에 개인정보 보호를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민간 기업, 전문가가 함께 범국가적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협의회’를 구성하고 주기적으로 개최해 정책 일관성과 추진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현장 의견수렴과 실태조사, 연구용역 등을 바탕으로 2024년까지 아동·청소년 중심 개인정보 보호 법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최 부위원장은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 권리를 신장하고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