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는 서울, 원고는 미국에서..비대면 '영상재판'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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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57호 법정.
국내 한 대기업에서 퇴사한 ㄱ씨가 회사를 상대로 '직무발명 보상금 100억원을 달라'며 제기한 민사소송이 민사61부(재판장 권오석) 심리로 열렸다.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ㄱ씨가 한국 법원에 출석하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영상재판이 진행된 것이다.
서울-미국-부산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삼원 중계'로 진행된 재판에서는 거액을 다투는 여느 민사재판과 마찬가지로 원고와 피고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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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2150건..지난해 18배
연결 오류·녹화 우려 등은 개선 과제
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57호 법정. 국내 한 대기업에서 퇴사한 ㄱ씨가 회사를 상대로 ‘직무발명 보상금 100억원을 달라’며 제기한 민사소송이 민사61부(재판장 권오석) 심리로 열렸다. ㄱ씨 발명으로 회사가 특허권을 취득해 이득을 봤으니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날 법정에 직접 출석한 이는 회사 쪽 변호인뿐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 중인 ㄱ씨, 부산에 사무실을 둔 ㄱ씨 변호인은 텅빈 원고석 쪽에 설치된 모니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ㄱ씨가 한국 법원에 출석하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영상재판이 진행된 것이다. 서울-미국-부산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삼원 중계’로 진행된 재판에서는 거액을 다투는 여느 민사재판과 마찬가지로 원고와 피고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시차 탓에 밤 10시(미국 현지시각)에 재판에 출석한 ㄱ씨는 다소 피곤해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본인의 재직 중 발명에 따른 보상금을 보장받기 위해 특허권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ㄱ씨처럼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 어려운 재판 관계인이 영상을 통해 재판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재판부가 영상재판 신청을 받아들이면 신청 당사자는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과 유사한 ‘법원 비디오커넥트’에 사건번호와 이름 등을 입력하고 재판에 참여하게 된다.
영상재판 제도는 1995년 12월 처음 마련됐지만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개정 민·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변론기일 △공판(변론)준비기일 △피고인 구속 전 심문 △증인신문 등 다양한 재판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처리가 빠르게 정착하면서 소송 당사자들도 적극적으로 영상재판을 신청하는 추세라고 한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국 법원의 영상재판 실시 건수는 215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8건)과 비교해 18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영상재판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8일 열린 영상재판에서는 재판장 목소리가 뚝뚝 끊기며 미국과 부산 쪽에 전달된 탓에 잠시 재판을 멈추고 시스템을 점검해야 했다. 영상을 통해 부산 쪽 에어컨 소리가 크게 울려 재판부가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법원 시스템이나 소송 당사자의 인터넷 속도 등 문제로 재판이 지연된 것이다. 법원조직법상 금지되는 재판 과정 녹음·녹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연선주 서울중앙지법 민사공보관은 “전자소송을 처음 도입했을 때도 시행 과정에서 문제를 보완해 나간 것처럼 영상재판에서 나타난 문제도 점차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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