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쌓인 밀, 반값에 내놔도 안 팔려요" 우크라 농민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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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출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가을 수확철을 앞두고 재고 곡물을 팔지 못하고 쌓아둔 우크라이나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곡물 협회 자료를 보면, 러시아 침공 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량은 한 달에 600만~700만t 정도였으나 지난달 수출량은 220만t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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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길 막힌 데다가 수송비까지 올라
두달 뒤면 수확, 보관 창고도 바닥날 판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출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가을 수확철을 앞두고 재고 곡물을 팔지 못하고 쌓아둔 우크라이나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의 농민 올렉산드르 추부크는 요즘 밀밭의 이삭들을 보면서 농부 생활 30년 만에 처음으로 수확의 기대감이 아니라 불안감에 빠져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해까지는 7월 즈음이면 추부크의 곡물 창고는 가을 추수를 앞두고 비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러시아 침공 이후 수출 길이 막힌 밀이 가득 들어 있다. 그는 올 가을에 500t의 밀을 새로 수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 내게 남은 건 희망을 품어 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곡물 협회 자료를 보면, 러시아 침공 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량은 한 달에 600만~700만t 정도였으나 지난달 수출량은 220만t에 그쳤다. 러시아가 곡물 수출의 주요 통로인 흑해를 봉쇄하면서, 현재 우크라이나에 묶여 있는 곡물 규모는 2200만t에 이른다. 흑해 수출길이 막히자 다뉴브강 등 하천이나 육로를 통한 수출이 시도되고 있지만, 하천이나 육로 수송은 해상 수송보다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미콜라 호르바초우 우크라이나 곡물협회 회장은 하천·육로를 통한 원할한 수송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갖추는 게 앞으로 1년 안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전쟁 이후 수송비까지 치솟았다.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가까운 루마니아의 흑해 항구 콘스탄차를 통해 보리를 수출하는 비용이 지난해에는 t당 40~45달러였으나 최근 160~180달러까지 올랐다. 반면에 농민들의 보리 판매 가격은 t당 100달러에 불과하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호르바초우 회장은 농부들이 곡물을 쌓아놓은 채 손해를 보고 있다며 “대다수 농민이 조만간 파산 위기에 처할 상황이라 헐값에라도 곡물을 팔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추부크는 싸게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는 러시아 침공 전까지만 해도 밀을 t당 270달러(약 32만원)에 팔았지만, 지금은 t당 135달러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농민들이 곡물을 팔지 못하면서 올 가을 추수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는 것도 막막해지고 있다. 호르바초우 회장은 “농민들이 비료, 경유, 씨앗을 새로 구입하고 일꾼 월급도 줘야 하는데, 돈을 찍어낼 수도 없으니” 답이 없다고 말했다.
<에이피> 통신은 9월 말부터 옥수수와 해바라기씨 수확이 본격화하면, 우크라이나 전체의 곡물 보관 시설 부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보관 시설 확충을 위해 17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이런 일시적 지원은 근본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근본 대책은 흑해 항구를 통한 수출을 재개하는 것이지만, 이를 위한 러시아와의 협상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우크라이나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아프리카·중동 등 주요 우크라이나 곡물 수입국들의 어려움도 함께 심화될 전망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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