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기사는 '근로자' 아니라고 본 법원.. "쏘카에 지휘 권한 없다"

김민정 기자 2022. 7. 1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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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타다 기사, 근로자 아닌 개인사업자"
"쏘카, 근로관계에 따른 지휘·명령하지 않아"
"플랫폼 종사자 보호 필요.. 근로기준법 개정해야"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타다 드라이버)들을 근로자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8일 나왔다. /연합뉴스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종속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해고 제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법원이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본 이유는 회사와 ‘사용-종속’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쏘카가 운전기사에게 ‘이용자와 대화하지 않기’ 등의 운행 가이드나 복장 지침을 내린 것도 서비스 품질을 위한 것이지, 실질적인 지휘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 사건은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자로 볼 것인지에 대한 첫 법적 판단이 나왔다는 점에서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지난 8일 타다 운영사 VCNC의 모회사였던 쏘카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쏘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쏘카가 타다 운전기사에게 근로관계에 따른 지휘·명령을 하지 않았다고 조목조목 짚었다.

타다 운전기사 A씨는 지난 2020년 1월 운전기사를 공급하는 협력 업체와 프리랜서로 계약을 맺고 일했다. 그러나 2019년 7월 타다가 차량 수를 줄이면서 기사 약 70여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해고 통보받은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배차 중단 통보는 부당해고”라고 구제신청을 해 기각됐지만, 중앙노동위원회에선 판단을 뒤집어 부당해고라는 결론을 내렸다. 쏘카는 이에 불복해 부당해고 구제 판정을 취소하라고 이번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으로 꼽혔던 ‘쏘카가 타다 운전기사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쏘카가 운전기사에 대한 사용자 지위에 있지 않고, 운전기사가 쏘카와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기대하며 근로를 제공한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운전기사 측에서는 △승객이 탑승하면 ‘안전을 위해 안전벨트 착용 부탁드립니다’ 등 필수 서비스 멘트가 있고 △여름 하의로 정장 바지·면바지·슬랙스 등 단정한 긴바지만 착용할 수 있었던 ‘복장 가이드’ 등을 근거로 쏘카가 운전기사에 대한 근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VCNC가 타다 운전기사를 대상으로 성인지력 교육을 실시한 것도 쏘카에 의해 근무 지도를 받았다는 근거로 삼았다.

반면 쏘카 측은 “교육 가이드 자료는 협력 업체들의 요청에 따라 참고용으로 제작한 것”이라며 “교육 가이드 자료가 복무규정에 해당한다거나 자료에 포함된 내용을 구속력 있는 지시 사항이나 사용 종속관계의 징표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VCNC가 협력 업체들에 제공한 각종 교육자료, 업무매뉴얼, 가이드 등은 타다 서비스를 표준화하고 균질화하기 위한 의도로 제작·배포된 것”이라며 “프리랜서 운전기사에 대한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 도심에서 운행하고 있는 타다 차량. /뉴스1

또 다른 쟁점은 쏘카가 타다 운전기사의 업무 내용을 규정했는지에 대한 판단이었다.

운전기사 측은 “타다 애플리케이션에 의해 결정되는 운행경로, 대기 장소 등을 원칙적으로 준수해야 한다”면서 “운전기사의 콜 미수락 및 배차 취소 건수 등은 특별수수료 지급의 평가 요소에 해당하는 점을 볼 때 구체적 업무 내용이 지정되고 사실상 강제되는 측면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쏘카 측은 “타다 운전기사가 플랫폼에 의해 운전해야 하는 것은 협력 업체와 체결한 용역 계약상의 의무”라며 “빅데이터에 의한 운행경로나 대기 장소 결정은 타다 서비스 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인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출발지와 목적지, 경유지 등 구체적 업무 내용은 이용자의 호출에 의해 결정되는데, 오히려 배차를 수락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운전기사에게 있었다고 판단했다. 실질적으로 쏘카가 타다 운전기사의 업무 내용을 규정한 것은 아니라고 본 셈이다.

재판부는 “운전기사가 타다 애플리케이션이 안내하는 대기 장소에서 기다려야 했던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타다 운전기사는 ‘휴식 상태’로 전환할지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었고, 배차를 수락할지 여부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타다 운전기사의 근로자성에 대해 법원이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은 플랫폼 종사자의 법적 지위를 판단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법원은 특히 이번 판결을 내리면서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보호’에 대한 부분을 짚었다. 근로기준법 개정 등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포섭해 보호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공유경제 질서의 출현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사적 계약 관계를 존중할 필요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계약 관계의 일방적 종료 등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입법을 통해 규율하거나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통해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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