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 취임 "시장 안정이 우선..대출만기 추가 연장은 바람직 안 해"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64·사진)이 취임 일성으로 ‘금융시장 안정’과 ‘취약계층 보호’를 내세웠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시장 안정과 취약계층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에 무게를 두겠다고 밝혔다.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서는 “금융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면서도 “금산분리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원칙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과거 외환위기부터 지금까지 충격이 오면 공통적으로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부실이 심해지면 건전성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유동성이 필요한 곳은 즉시 지원하고 건전성 관리·감독은 철저히 하되 금융 취약계층의 부담은 최대한 줄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상황을 봐서 (현재 제한적으로 허용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거나 (2020년 코로나19가 본격화했을 때 마련된) 증권시장안정펀드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7일 임명된 김 위원장은 약 한 달만에 청문회 없이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만나 새 정부의 금융 분야 과제 추진을 위해 상호 간에 긴밀히 협조하겠다는 의지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경우 우려되는 유동성 문제에 대해서도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기존 프로그램을 잘 활용해 충격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취약계층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를 돕기 위해 고금리대환대출(8조5000억원), 채무조정을 위한 새출발기금(30조원), 안심전환대출(40조원), 서민금융공급(햇살론유스 등) 등 추경사업을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시된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조치를 다시(5차) 연장하는 데에는 “예외적인 상황을 계속 끌고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채무 상환을 계속 미루면 부실 채권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가 없고 이 같은 조치가 차주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 만큼 지금부터 종료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면서 “금융사도 차주 여신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산업의 혁신과 이를 위한 규제 완화도 강조했다. 그는 “해외나 빅테크 기업이 무인기(드론)를 띄우는 시대에 국내 금융사들만 총·칼로 대응할 수는 없지 않냐”면서 “기술환경과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전의 원칙을 그대로 고수하는 게 맞는지 검토하고 이 과정에서 금산분리가 문제라면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산분리 원칙을 폐지하자는 입장은 아니고 원화 자체가 목적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취임으로 금융위 주요 인사도 이번달 중 실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1급 인사에서는 이세훈 사무처장(52·32회)이 유임되고 이명순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54·36회)이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장급에서는 권대영 금융정책국장(54·34회)이 증선위 상임위원으로 승진하고 이형주 금융산업국장(50·40회)이 후임 금정국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 산하기관 인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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