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조작 피해자 유족, 손배소 담당 재판부 기피신청

박현준 2022. 7. 1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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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고문 기술자'로 알려진 이근안씨의 불법수사로 인해 북한과 내통했다는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 측이 1심 재판부에 기피를 신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 8일 "과거 사건기록만으로 국가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해 증인 및 당사자 신문의 필요성이 없고, 민사소송은 원고의 알 권리와 무관하다"며 각 증인신청 및 이씨에 대한 당사자 신문을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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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함박도 간첩조작 피해자 유족들 손배소
재판부, 이근안 등 증인신문 신청 기각
"과거 기록만으로 불법행위 판단 가능"
유족 측 "핵심 증거신청 기각"…기피신청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일명 '고문 기술자'로 알려진 이근안씨의 불법수사로 인해 북한과 내통했다는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 측이 1심 재판부에 기피를 신청했다. 원고들이 신청한 증인 및 이씨에 대한 당사자 신문을 모두 기각한 것은 불공정한 재판 진행이라는 것이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부장판사 허명산)는 지난 8일 고(故) 박남선씨와 고(故) 박남훈씨 유족 측이 각각 이씨와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1차 변론기일에서 유족 측은 불법연행, 감금과 고문 등 불법행위를 자행한 이씨의 당사자 본인 신문과 수사와 공판을 맡았던 검사들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 8일 "과거 사건기록만으로 국가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해 증인 및 당사자 신문의 필요성이 없고, 민사소송은 원고의 알 권리와 무관하다"며 각 증인신청 및 이씨에 대한 당사자 신문을 모두 기각했다.

이에 유족 측은 "재판부가 핵심 증거신청을 기각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구두로 기피신청을 했다. 이후 기피신청 이유와 소명 방법을 서면으로 제출했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은 "재판부가 과거 기록만 갖고 재판하겠다는 태도"라며 "피해자들이 사법절차를 통해 정신적 피해를 치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배상금만 주면 그만이라는 기계적·관료적 태도로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8일 변론기일에 원고들의 소송대리인이 구두로 기피신청을 했음에도 재판부는 변론종결의 소송절차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은 제척 또는 기피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그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소송절차를 정지해야 한다.

또 "피고 이씨에게는 원고 준비서면 중 일부가 변론기일 당시 아직 송달되지 않았음에도 변론을 종결했다"며 "이 점에서도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남선씨는 지난 1965년 서해 함박도에 조개잡이를 갔다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나포됐다. 그는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13년이 지난 1978년 간첩 혐의로 불법체포됐다.

당시 이씨는 박남선씨의 작은 아버지가 해방 전 북쪽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북한 공작원과 공작금 수수 연락을 취했다는 등의 누명을 씌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남선씨는 "잠을 안 재웠고, 굶겼고, 물고문을 당했고, 고문과 폭행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남훈씨도 역시 "잠을 재우지 않았고, 굶기고, 맞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고법 형사12-3부(부장판사 김형진·최봉희·진현민)도 지난해 6월 박남선·박남훈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불법체포된 상태였고,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arkh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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