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방한하는데..통화스와프 체결 논의되나
기사내용 요약
기재부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 가능성 없어"
한미간 외환시장 안정 방안 논의될 듯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310원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면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오는 19일 한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통화스와프 재개 방안에 대한 논의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 재무 장관은 오는 19~20일 한국을 방문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미 재무장관회의를 갖는다. 옐런 재무장관의 방한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처음 이루어지는 것이며, 미 재무장관의 한국 방문은 2016년 6월 제이콥 루 재무장관 이후 6년 만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5월 21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질서있고 잘 작동하는 외환시장을 포함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성을 증진하기 위해 양 정상은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여타국의 정상회담을 포함해 외환시장에 대한 행정부 간 협력을 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양국 정상 간 최초로 외환시장 관련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후속 조치로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이번 옐런 미 재무장관 방한을 계기로 양국이 통화스와프 재개를 위한 논의가 이뤄질지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와 체결했던 600억달러 규모의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됐다.
이 같은 일각의 기대에 대해 정부는 한미 양국간 외환시장 안정 방안 관련 논의는 이뤄지겠지만 통화스와프 재개 관련 논의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미간 통화스와프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의결하는 사안인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거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뉴시스에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때 정상회담 선언문에 명시됐던 것 처럼 한·미간 외환시장 안정방안 대해서는 논의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논의는 이번 뿐 아니라 과거 한미 재무장관 회의 때 마다 논의됐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문제는 양국 중앙은행간 의결하는 사안이고 재무장관 권한 밖의 일이기 때문에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는 있어도 공식적으로 논의하거나 할 사안은 아니다"며 "양국 재무장관이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문제에 대해 디테일하게 말할 수 있는 과제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에 대한 지적은 여전히 높다.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여타 국가에 비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원화 약세 기조가 완화되고 국내 금융시장도 다소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유사시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다. 미 달러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9%를 넘어서는 등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아닌 만큼, 위기 국면에서 외화자금 조달이 급할 때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외환시장과 외화자금시장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경우 채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확충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유사시 신속하고 원활한 긴급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을 재개할 수 있도록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도 그동안 '경제위기' 신호로 여겨져 온 1300원대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 전 거래일(1300.3원)보다 6.0원 상승한 1306.3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 매도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도 큰 폭으로 줄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 달러로 전월말(4477억1000만 달러)보다 94억3000만 달러 감소했다. 2008년 11월(-117억5000만 달러)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외환보유액은 올 들어 3월(-39억6000만 달러), 4월(-85억1000만 달러), 5월(-15억9000만 달러), 6월(-94억3000만 달러) 등으로 4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234억9000만 달러가 줄었다. 외환보유액이 단기간 이 정도로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외환보유액 비중은 98.94%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IMF는 연간 수출액의 5%, 시중 통화량(M2)의 5%, 유동 외채의 30%, 외국인 증권 및 기타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산출한다. 올들어 외환보유액 하락세가 가팔라 적정 외환보유액 비중은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외환보유액은 긴급시 국민경제의 안전판일 뿐 아니라 환율을 안정시키고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외환시장에 외화가 부족해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 시장 안정을 위해 사용하는 등 대외 지급결제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경우 정책 여력이 줄어들어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시 변동성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안정적인 환율 방어를 위해 또 다른 안정 장치인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던 때와는 달리 달러 유동성도 충분하고 외화건전성도 양호한 등 위기 상황이 아닌 만큼 통화스와프 체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일종의 백업장치로서 평소에도 갖춰져 있으면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원화 약세가 글로벌 달러 강세 현상 때문이고, 지금 당장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느냐에 대해서는 시장이 교란 상황이냐를 더 봐야 한다"며 "미국과의 내외 금리차 축소로 스왑레이트(선물 환율과 현물 환율의 차이)가 마이너스를 보인다거나 하는 상황도 아니고, 외화건전성도 나쁘지 않아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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