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로 돌아온 '젠틀맨' 김주현..금융안정·규제개혁 등 과제 산적
기사내용 요약
소상공인 대출·내부통제·가상자산 등 현안 산더미
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 개혁도 드라이브 걸 듯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신임 금융위원장에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을 임명했다. 지난달 7일 후보자로 지명된 지 34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 원구성 협상이 늦어지면서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못하자 지난 4일 국회에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8일까지 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기한 내 송부되지 않아 직권 임명키로 했다. 엄중환 경제 상황 속 민생과 경제를 위해 챙겨야 할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더이상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위원장은 1958년생으로 중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무부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사무처장을 지냈다. 이후 예금보험공사 사장,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를 거쳐 여신금융협회장에 올랐다.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으로 금융위에서 근무하던 시절 '젠틀맨'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윤 정부의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관에 다시 돌아온 김 위원장이 맞닥뜨릴 금융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치 않다.
김 위원장도 이날 취임식에서 금융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향후 상황 전개를 다각도로 예측해보고 활용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며 적시에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물가가 치솟고 있고, 미국 등 주요국들의 통화긴축이 가속화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6월 소비자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만에 6%대로 치솟으면서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최초로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식·가상화폐, 부동산 등 자산시장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고, 당장 1000조원에 육박하며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가 금융지원 조치를 통해 지난 2년간 만기를 연장하거나 상환을 유예해준 원금 규모만 133조원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금리까지 무서운 속도로 오르고 있어 만약 오는 9월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된다면, 그간 감춰졌던 부실이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예정대로 종료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이밖에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정책 방향키를 설정해야 하는 것도 난제다. 당초 윤 대통령 대선 공약에는 가상자산 시장 육성을 위해 제도적 기반과 신뢰를 구축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투자자 신뢰를 토대로 가상자산 시장이 책임있게 성장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지난 4년간 금지돼 왔던 국내 가상자산 공개(ICO)를 재개한다는 방침을 내놨었다.
하지만 암호화폐 테라·루나의 가격 폭락 사태로 암호화폐, 가상자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책 기조를 활성화에서 규제로 선회해야 하는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가상자산 시장의 육성과 규제 사이에서 균형감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날 취임식에서 그는 "국민들의 관심도 높고 최근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는 가상자산과 빅테크 등에 대한 규율체계도 차분하게 정립해 나가겠다"며 "가상자산 관련 기술의 미래발전 잠재력을 항상 염두에 두고, 글로벌스탠다드를 바탕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하면서 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금융행정의 투명성·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해 검사·제재 시스템을 개편하고, 금융권의 책임경영 확산을 위한 내부통제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특히 최근 우리은행 직원의 614억원 횡령 사건을 계기로 은행의 내부통제 장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거센 상황이다. 이밖에 빅테크 규율정비, 주식·금융투자상품 등 과세제도 합리화, 공매도 제도 개선 등도 주어진 숙제다.
김 신임 위원장은 금융규제 개혁에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산업도 역동적 경제의 한 축을 이뤄 독자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금융규제를 과감히 쇄신하겠다"며 금산분리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을 받았다. 금산분리란 금융 자본이 산업 자본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을 말한다.
이날 취임사를 통해서도 "금융회사들의 혁신을 지연시키는 규제가 무엇인지, 해외 및 빅테크 등과 불합리한 규제차이는 없는지 살피겠다"며 "특히 불필요하거나 차별받는 부분은 금산분리, 전업주의 등 과거의 전통적 틀에 얽매여 구애받지 않고 과감히 개선하겠다"며 다시 한번 규제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금융권 안팎에선 그 어느 때보다 금융위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금융위의 어깨가 무거운 상황에서 거시경제와 금융을 모두 다룰 수 있는 김 위원장이 적임자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경제 원팀'과 그가 앞으로 보여줄 호흡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추 부총리와는 행시 25회 동기 사이라는 점 등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와 연금개혁, 주식 양도세 폐지 등 윤 대통령의 경제 공약을 현실화시키는데 금융위와 기재부가 호흡을 맞출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그는 추 부총리 뿐 아니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 윤석열 정부의 '경제원팀'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김 내정자가 금융위 사무처장을 맡던 시절 추 부총리가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었고, 최상목 수석은 금융위 공적자금위원회 사무국장으로 함께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김 위원장도 "통화·재정정책 이외에 미시적 구조조정 등 다양한 정책의 효과적인 조합이 필요한 만큼 관계부처,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금융유관기관 등과 '원팀'을 이뤄 긴밀히 소통하며 공동 대응해 나가겠다"며 "특히 금감원과 함께 금융회사 건전성을 두텁게 관리, 위기 상황에서도 금융권이 흔들리지 않고 필요한 부문에 적재적소의 자금공급을 수행하는 안정판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신임 위원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정책국장을 맡으면서 위기관리 대응에 앞장서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다"며 "또 관 뿐 아니라 여신금융협회장 등을 하면서 민간과도 소통을 해왔기 때문에 금융안정과 금융혁신이라는 두 가지 중대 당면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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