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대학 내 노동자 시위..'직접 고용'이 정답?
동국대·경희대, 직고용 전환 후 시위 사라져
"사용자 책임 회피 말고 직고용 검토를" 조언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경희대에서 청소노동자로 재직 중인 김정화(가명)씨는 일할 때마다 ‘경희대 소속 직원’이라는 자부심이 생긴다. 몇 년 전 학교 측의 직접고용 전환으로 용역회사 직원에서 경희대 직원으로 소송이 변경된 덕분이다. 이후 김씨는 경희대 교직원들이 받는 병원비 할인 등의 복리후생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연세대에서 재학생 3명이 청소·경비노동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하면서 매년 반복되는 대학 내 청소·경비노동자 시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용역회사를 통해 간접고용 방식으로 청소·경비노동자를 채용한 대학에선 시위가 끊이지 않는 반면 이들과 직접고용(직고용)을 맺은 대학에선 직고용 이후 학내 집회가 자취를 감췄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 따르면 현재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홍익대·성신여대·덕성여대·숙명여대·동덕여대·인덕대·카이스트 서울캠퍼스 등 10개 대학 분회 소속 청소·경비노동자들이 학교 측과 임금·단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대학 중 연세대를 비롯해 고려대·성신여대·덕성여대·숙명여대·카이스트 서울캠퍼스 등 6개 대학에서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처우개선·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 중이다. 고려대에서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고려대분회 소속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지난 6일부터 본관 연좌농성에 들어가 임금인상과 샤워시설 확충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 대학 중 갈등이 가장 심한 곳은 연세대다. 이 대학 정치외교학과 재학생 등 3명은 학내 시위 중인 민주노총 연세대분회 노동자들이 학습권을 침해했다며 지난달 638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학생이 학내 노동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초유의 사태에도 연세대 측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간접고용 형태로 채용된 인력이며 학교는 발주를 낸 발주처일 뿐”이라며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임에도 불구,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직고용에 이후 노동자 시위 사라진 학교들
직고용 이후 동국대에선 매년 반복되던 학내 노동자 시위가 자취를 감췄다. 동국대 관계자는 “(청소노동자) 직고용 이후 학내 집회 등 분규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학교로서도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동국대에서 청소노동자로 재직 중인 박윤선(가명)씨도 “비정규직일 때와 달리 정규직 이후 고용 안정성이 높아졌다”며 “청소를 하더라도 동국대 직원이라는 자부심이 생겨서 일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동국대보다 앞서 2017년 10월 원하는 청소·경비노동자들을 모두 직고용으로 전환했다. 당시 직고용 전환에는 약 300명 중 200여명이 찬성했다. 사학연금 전환으로 퇴직금 감소 등을 우려한 일부 노동자를 뺀 대부분이 직고용을 신청했으며, 경희대는 이들 모두를 소속 직원으로 전환했다.
경희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직고용 전환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호봉제로 연봉도 조금씩 오르고 경희대 소속 직원들이 받는 복리후생도 이용할 수 있어서다. 경희대 청소·경비노동자 김민중(가명)씨는 “호봉 적용도 하고 있고 각종 복리후생도 누릴 수 있다”며 “경희의료원 의료비 50% 혜택도 받고 휴양시설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전문가들도 대학들이 청소·경비노동자에 대한 직고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연세대를 포함해 많은 사립대학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형식적 책임이 없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며 “직고용을 하거나 공공 부문에 준하는 처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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