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썰] 우이천 너구리 가족은 지금
이상엽 기자 2022. 7. 11. 14:40
JTBC 뉴스룸은 지난달 27일 〈[밀착카메라] "너구리를 만나면 도망가라"...서울 도심 '너구리 습격사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고민하자는 보도가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보도는 유튜브 조회 수 296만회, 댓글 8,700개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지금 서울 우이천의 모습은 어떨까. 사람과 강아지, 길고양이, 너구리와 공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이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다시 한번 찾아갔습니다. 도봉구청은 "너구리를 다른 서식지로 옮길 수 있을지 야생동물협회에 조언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결론은 너구리를 옮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우이천만큼 너구리에게 좋은 서식지가 없고, 오히려 다른 곳으로 너구리를 옮기면 생존확률이 낮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구청은 일단 산책로 곳곳에 울타리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사람과 반려견, 너구리를 떨어뜨리면서 너구리 가족이 산책로 옆 하천과 풀숲에서 살아갈 수 있게 서식지를 꾸릴 생각입니다. 너구리가 접근하기 쉬운 곳에 놓아둔 길고양이 밥그릇도 일단 치웁니다. 너구리와 길고양이가 각자 떨어진 곳에서 지내야 안전하고, 야생동물인 너구리가 길고양이 밥을 뺏어 먹지 않고 자연성을 회복해야 하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본 겁니다.
JTBC 보도 이후 야생동물전문가가 우이천 너구리를 현장 조사한 결과, 너구리 가족은 아주 건강하다고 합니다. 너구리 두 마리에게 공격을 받고 크게 다쳤던 반려견 '하린이'와 '만식이'도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구청은 주민과 반려견의 피해를 보상할 수 있을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린이 견주 임소현(28)씨는 JTBC에 "너구리를 없애달라는 게 아니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다시 한번 말했습니다.
밀착카메라에서 인터뷰했던 '거꾸리' 주민도 뜻밖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림 에세이 〈인간들은 맨날〉의 저자 최진영 작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JTBC 보도를 패러디한 그림을 그려 올렸습니다. 최 작가는 "많은 분이 그러셨겠지만, 제게도 하루의 낙이 되는 뉴스였다"며 "길고양이 코코, 응아 다 한 강아지, 거꾸리 주민이 귀여워서 뉴스를 몇 번이고 돌려보다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거꾸리' 주민을 다시 만났습니다. 당시 취재진을 만나기 전 이윤환(60)씨는 우이천에서 참게를 찾다가 허리가 아파 거꾸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이씨를 만난 곳은 서울 미아동의 한 사무실입니다. 이씨는 "딸과 지인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너구리 때문에 피가 거꾸로 솟는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유튜브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또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묻는 취재진에게 이씨는 "산책로 어느 특정 구간을 정한 뒤 그곳에 너구리가 있다는 걸 알리고 방어망도 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우이천과 너구리를 잘 보존하면 우리 아이들이 동물원을 안 가도 될 만큼 아주 멋진 공존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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