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내 돈 돌려줘"..中 인민은행 정저우 지점서 수천명 시위
'정체불명' 흰 옷 무리들과 몸싸움하기도
中 금융당국 "사태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
중국 허난성 내 일부 소형 은행들에 돈을 맡겼다가 찾을 수 없게 된 예금주 수천명이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해당 은행들이 석달째 400억위안(약 7조8000억원)에 달하는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11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5시쯤 허난성 정저우의 중국 인민은행 정저우 지점 앞 계단에 전국 각지에서 수천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허난성과 인근 안후이성의 6개 소형 은행에 예금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한 예금주들로, “허난성 정부의 부패와 폭력에 반대한다”, “탄압 반대, 인권과 법치를 요구한다”, “40만 예금주의 중국몽이 허난성에서 무너졌다” 등의 문구가 써진 플래카드와 손팻말을 들었다. 또 현장에서 리커창 국문원 총리를 지명해 “리커창, 내 돈을 돌려줘”라고 외쳤다.
계속되는 시위에 공안이 현장에 배치됐다. 이때 흰 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건장한 남성들이 예금주들을 강제로 끌어내리는 등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흰 옷 차림의 무리들은 일부 시위대를 주먹과 발로 때리면서 시위대를 해산시켰고, 이 과정에서 일부 사람들은 피를 흘리는 등 유혈사태로 번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 4월 허난성의 소형 은행 4곳이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위저우마을은행, 상차이후이민마을은행, 쩌청황화이마을은행, 카이펑신둥팡마을은행은 지난 4월부터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이유로 예금주 40만명에 대해 약 400억 위안(한화 약 7조8000억원)예금 지급을 중단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불법 자금 조달 등의 혐의로 은행 대주주인 허난 신차이부 그룹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고, 예금을 비롯한 이 그룹의 금융 자산을 동결했다.
특히 중국 전역에 퍼진 소형 은행은 농촌 은행으로, 농촌 지역 발전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2000년대 중반 등장했다. 최대 연 10%라는 고금리를 약속하며 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감독관리가 허술해 부실은행에 대한 우려도 크다. 중국 경제전문 매체 디이차이징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31개 성에서 운영되는 농촌 은행은 1651곳으로, 전체 은행업의 36%에 해당한다. 허난성 소형 은행과 같은 사태가 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해당 은행에 돈을 맡긴 시민들의 항의와 요구가 계속되자 허난성 당국은 항의 방문하지 못하도록 예금주 1317명의 ‘코로나 건강 코드’를 격리 대상을 뜻하는 ‘적색’으로 조작하기도 했다. 방역을 핑계로 시민들의 권리 요구를 막았다는 사실에 여론은 들끓었지만 이를 지시한 허난성 정법위원회(공안 총괄) 상무부서기를 직위 해제하는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만 내렸다.
이번 사건이 석 달 넘게 논란이 되고 있지만 예금주들이 당장 돈을 돌려받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돼야 하는데 실소유주가 해외로 도피하면서 예금주들이 예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은행 실소유인 허난성 출신 사업가 뤼(呂)모씨는 키프로스 국적을 얻어 해외로 도피한 상태다. 뤼씨는 은행 대출을 받아 도로 공사를 하고 여기서 얻은 수익으로 농촌 은행 지분을 사들였고, 2018년에는 정저우 은행 부행장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은행 문제가 전 사회적 관심을 받자 중국 당국은 뒤늦게 수사에 착수, 지난달 관련 용의자를 체포하고 일부 관련 자산을 동결했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피해 구제책은 없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10일 시위대를 해산시킨 뒤, 허난성 은행 규제당국은 “허난성 4개 소형 은행의 고객 자금 확인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태를 하기 위한 방안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한편 중국의 서민 금융이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의 경제 침체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의 경제 근간 중 한 산업인 부동산 침체를 들 수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의 70대 도시 주택가격 자료를 바탕으로 5월 주택 가격이 전달보다 0.17%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블룸버그는 “이번 수치는 중국의 부동산 부문이 반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부동산 거래량은 지난해 동월 대비 31.8%로 감소추세고, 헝다 등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이는 등 부동산 업계는 심각히 위축된 상태다. 이에 중국 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통제책을 일부 완화 기조로 돌렸으나,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과 부동산 개발업체의 파산 위험에 주택 수요는 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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