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척] 청년 빠진 청년 정치.."청년은 당선용 소모품, 정치 효능감도 저하"
"인물도 없고 관심도 없고..시대 변화 아닌가"
"내홍만 빚는 정당이라면 없는 게 낫다"
"이번 대선 '거대 담론 없는 선거'"
"'대중정당'은 쇠퇴..'원내정당'은 강한 존재감"
"근래 많은 정치인이 '콘크리트 지지'에 기대는 전략 의존"
"전략적 극단주의에 유권자 놀아나 우려"
"현실성 없는 대중정당 추구, 거대 진영논리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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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두 쪽으로 나뉘었다는 대통령 선거와 역대 최저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한 지방선거가 끝나고 ‘정당 위기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캐스팅 보트로 지목됐던 청년층에서 정치 효능감 하락으로 인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정치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만큼 바쁘고 살기 팍팍하면서 정치가 내 삶을 바꿔줄 기대를 안 하는 사회, 하지만 내 삶을 바꾸는 정치에는 관심 없지만 내 삶을 파괴하려는 정치에 대한 방어적 관심은 많은 사회라고 생각해요.”
사회와 정치에 관심이 많던 20대 청년의 눈에 비친 우리 사회의 모습입니다. 그는 “이번에 선거 끝나자마자 이준석 대표 바로 몰아내면서 국힘 내부에서 '2030 당원' vs '윤핵관' 대립구도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선에 사용했으니까 이제 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이름만 다르지 거대 양당의 행태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소개한 취업준비생 정 모(24, 여) 씨는 이번 대선과 지선에서 "그래도 2번은 안 된다는 생각으로 뽑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인물보다는 정당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면서 “지금의 정당은 인물도 없고 이들에 대한 정치적 관심도도 떨어지는 추세인데, 이는 자연스러운 시대의 변화같다"고 말했습니다.
보수 지지자라는 직장인 지 모(36, 남) 씨는 "현재 정당들은 쇠퇴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뽑아왔던 후보들이 최선일 줄 알았지만 모두 차악인 이들이었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습니다. 정당 없는 정치가 불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현재와 같이 내홍만 빚는 정당이라면 없으면 좋겠다"고 비판했습니다. 지 씨는 지난 대선 때는 민주당,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를 뽑았다고 귀띔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한 대학생 장 모(23, 여) 씨도 "거의 모든 대선과 지선에서 인물보다는 정당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대선은 아무리 인물이 출중해도 어차피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를 뽑을 확률이 높아서 경쟁이 치열할수록 후보가 아니라 정당 싸움, 지역 싸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는 이전보다 후보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정당이 본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권력 다툼에 몰두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정당을 위기로 내몰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의제 하에서 정당 없는 정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정당이 본래의 민주적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한다면, 정당이 아니라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플랫폼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공직자였고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도 감사원장 출신입니다. 사회적 명망이 있는 인물들이 정치에 입문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지만, '여의도 정치' 경력이 거의 없이 정치 핵심부에 곧바로 자리잡는 광경은 이례적입니다.
이 같은 모습을 두고 '정당 위기론'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옵니다. 정당에 대한 소속감이 약화하고 정당 정치가 쇠퇴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입니다. 정당이 차세대 정치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달 23일 정치학회 주최로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특별학술회의 '2022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 평가와 전망'에서는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강 교수는 대신 지역과 세대, 집단에 대한 맞춤형 공약이 제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거대 양당의 정체성과도 같은 거대 담론이 잘 부각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를 '거대담론의 실종'이라고 표현하면서, 진보 정치에 던져진 새로운 과제인 동시에 "정치적 세대교체가 임박했음을 보여준 선거"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에서는 '86 용퇴론'과 '97 기수론'이 거세게 맞붙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대 대선, 그리고 균형과 쏠림의 한국정치'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이번 대선의 두 후보가 모두 "기본적으로 정당 정치의 틀에서 성장한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대의 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 정치와 의회정치의 경험이 부족하거나 전혀 없는 이들이 거대 양당의 후보가 된 것"이라면서 "외국의 어떤 정치학자가 한국에서의 민주주의 위기와 후퇴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더라도 특별하게 반박할 명분과 논리가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양대 선거 이후 한국정치'를 주제로 토론한 진영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당 체계의 문제를 언급하며 현 윤석열 대통령 역시 큰 정당으로 입당했기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보수 성향의 정당 2개, 진보 성향의 정당 2개 등 여러 정당이 국민들에게 선택지로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임성호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MBN과 별도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당이 쇠퇴하는지에 대해 "'정당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당을 대중에 뿌리내려 진성당원 중심으로 작동하는 '대중정당'으로 이해한다면 정당이 쇠퇴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정당을 권력 추구 의지의 정치인들로 구성되고 의회 원내활동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원내정당'으로 이해한다면 여전히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거대 양당에서 정당색이 옅은 이들이 급부상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당 중심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워낙 크다 보니 선거 승리를 노리는 수권 정당으로서 정당색이 옅은 후보를 내세우는 게 유리하다"고 분석하면서 "반면, 정의당이나 우리공화당과 같은 군소정당은 어차피 수권보다는 한쪽 이념을 내세우는 데서 존재가치를 찾기에 특정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소위 '팬덤정치'로 대표되는 정치권의 정파(계파)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임 교수는 "대통령, 국회의원 등 정치인은 모름지기 국민 모두를 바라보며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것이 이상적인 원칙"이라면서 "그러나 근래 많은 정치인이 자기 지지층만 좁게 바라보며 그들의 콘크리트 지지에 기대는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전략적 극단주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협애한 전략적 극단주의가 바로 '팬덤 정치'를 낳고 있다"면서 "당내 다양성이 허용되고 각 정치인이 개인적 소신을 중시한다면 당내 '정파(faction)'가 자연스럽게 발생하지만, 그것이 '팬덤 정치'로 이어진다면 정치인들의 권력 놀음에 유권자가 덩달아 맹신적으로 놀아나고 피동적으로 동원되는 것이어서 상당한 우려를 자아낸다"고 밝혔습니다.
대안으로 앞으로의 시대 상황상 '적실성이 높은 정당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구체적으로 원내정당, 선거 전문가 모델이 적합해 보인다"면서 "현실성 없는 대중정당을 어설프게 추구하다가는 시민사회마저 정치권에 편입시켜 정당 집단주의의 거대 진영 논리에 빠뜨릴 위험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또 그간 여러차례 제기된 '다당제로의 개혁'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습니다. 수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을 전제로 하면 양당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다당구도는 쉽게 등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무리하게 다당구도를 만들려 들기보다는 시민단체, 전문가 그룹, 언론 등과 연계되어 다당구도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 그룹, 언론 등이 다양하면서도 두터운 중도층을 이뤄 양극화하기 쉬운 정당체제가 너무 극단으로 가지 않도록 견제를 통해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의 미를 살리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대학원생 황 씨는 "결국 아무리 당원이 감소하고 참여가 쇠퇴하더라도 제도상, 정치역학상, 정치구도 모든 것이 양당을 지지해준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당이 없는 정치는 한국 사회에서 불가능할 것 같다. 양당제의 역사와 제도가 길고 그 중심으로 정치의 모든 것이 짜여져가니 사실상 정당 없는 제도권 정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당색이 옅은 윤석열, 김동연 같은 사람들도 인기 얻자마자 바로 하는 것이 당내에서 세력을 쌓고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라면서 "결국 당 밖에서 지지율을 얻어도 당 안으로 들어가 권력투쟁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제도권 정치의 플랫폼으로서 문제 그 자체인 것도, 답을 내야하는 것도 결국 정당이라는 것입니다.
[이지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gmat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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