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발전 비정규직 74% "고용 보장된다면 폐쇄 찬성"
2천여명 발전사 비정규직 설문조사 결과 밝혀
윤석열 정부가 올해 말 발표할 예정인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36년까지 국가 전력 수급 계획)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추가 폐쇄 가능성이 커지면서, 석탄화력발전 비정규 노동자들의 일자리 유지와 재취업 논의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2천여명의 석탄화력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74%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정책에 대해 “고용이 보장된다면 찬성한다”고 답한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석탄발전 노동자 “일자리 보장·기후위기 대응 동시에”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한국발전산업노조 등이 주최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안정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 공개된 설문 조사 결과, 비정규 노동자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정책 결과 고용이 보장된다면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74%에 달했다.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인식도 61.2%였고, 심각하지 않다는 답은 9.2%에 불과했다. 공공운수노조가 진행한 설문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8204명(올 6월 기준) 가운데 2005명(24.4%)이 지난 한 달 동안 답한 결과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일자리 보장과 기후위기 대응이 대립하거나 갈등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용 보장이 전제됐을 때 노동자의 적극적 동참이 가능함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기후위기 앞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연대의식과는 별개로 이들의 고용불안도는 높았다. 79.3%의 노동자들이 고용이 불안하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그 점수도 10점 만점의 8.17점이었다. 발전소가 운영·중단될 경우 바로 재취업이 가능하다는 의견은 1.8%에 불과했다.
노동자들은 고용 보장을 책임져야 할 주체로 ‘국가’(83%)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 정부 대책 가운데 ‘고용유지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정부나 회사 쪽의 재교육이나 재취업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프로그램 수료시 취업 보장”을 62%로 가장 많았다.
10차 전기본 석탄화력발전 비중 22% 감소 예상
노동계가 이같은 토론회를 연 이유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도 ‘탈석탄’이라는 기후위기 대응 과제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윤 정부도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인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정부가 유엔 등 국제사회에 목표를 공표했기 때문에 이를 후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NDC 40% 감축 목표에 따라 에너지·전환 부문에서 4280만톤을 추가 감축해야한다. 이 경우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2020년 말 정한 15개년 일정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년)의 목표였던 29.9%보다 8% 가량 떨어진 22% 수준으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정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반면 원전은 25%(9차)→30%(10차)로 늘어나며 1위의 전력원으로서 석탄과 자리 바꿈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구준모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2020년 기준 35.6%인 석탄화력 비중이 2030년 21.8%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5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추가 폐쇄되거나, 가동률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구 연구위원은 “‘수급 상황이나 계통을 신중 구려해 합리적감축을 유도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15기 추가 폐쇄가 전면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부 발전소의 조기 폐쇄와 가동률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2000여명의 발전노동자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5개 발전사와 협력업체 통합을 통한 고용유지가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는데, 제대로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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