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숙원'.. 일본 '전쟁 가능한 국가' 한 발 가까워지나
현지 공영방송 NHK는 정당별 확보 의석을 최종 집계한 결과 이번에 새로 뽑는 125석 가운데 여당인 자민당(63석)과 공명당(13석)이 76석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참의원 전체에서 차지하는 여당 의석수는 이번에 선출 대상이 아닌 의석(70석, 자민당 56석, 공명당 14석)을 합쳐 146석으로, 과반(125석 이상)을 넉넉하게 유지했다. 이전과 비교해 자민당(119석)은 8석을 늘렸지만 공명당(27석)은 1석을 잃어 여당 의석수가 7석 늘었다.
참의원 의석수는 248석이며, 의원 임기는 6년이고 3년마다 전체 의원의 절반을 새로 뽑는다.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개헌 세력이라고 불리는 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의 정족수가 현재까지 175석으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선거 전 개헌 세력의 의석수는 166석으로 3분의 2 턱걸이 수준이었다.
일본 헌법 96조는 중의원과 참의원이 각각 총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함으로써 개헌안을 발의하고 국민투표를 시행해 과반이 찬성해야 개헌이 성사된다고 규정한다. 중의원은 개헌 세력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가 이번 선거 결과로 참의원에서도 지지 세력을 확보하면서 아베 전 총리의 생전 숙원이었던 ‘개헌’ 논의에 대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헌법에 자위대 명기 등을 포함한 개헌을 조기에 실현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기시다 총리는 선거 당일 밤 현지 방송에 출연해 “(개헌) 발의를 위해 3분의 2 결집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가능한 한 빨리 (개헌안을) 발의해 국민투표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자위대 명기를 포함해 긴급사태 대응 규정 신설, 통합선거구 해소, 교육환경 충실화 등 4가지를 개헌안에 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일본 내 여론도 개헌에 우호적이다. 교도통신이 올해 3∼4월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우편 여론조사에서 개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은 68% 수준으로 필요가 없다는 응답(30%)의 두 배를 웃돌았다.
다만 개헌에 우호적인 정당들도 생각이 저마다 달라 당장 개헌안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자위대 명기 구상에 대한 입장에 차이가 있다. 자민당은 자위대의 존재를 규정하는 ‘헌법 9조의 2’를 신설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 9조는 전쟁포기, 전력(戰力)보유·교전권 불인정을 규정하는 조항으로 전력보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조항 자체는 그대로 두면서도 자위대의 존립 근거를 마련하는 추가 규정을 만들자는 안이다. 이에 일본 유신회가 찬성하는 입장이다.
다만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그의 과업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쟁 가능한 국가’를 꿈꾸며 평화헌법의 전면 개정까지 주장했던 아베 전 총리와 달리 기시다 총리는 온건한 입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발언에서 보듯이, 계속 이런 입장을 유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의 유훈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우크라이 사태, 중국의 군사력 확대 등 국제적인 정세가 이어진다면 일본 정부가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날 일본 전문가인 이영채 일본 게이신여학원대 교수는 CBS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국내적인 여론은 없었는데 아베 전 수상의 이번 피살 사건이 일본 보수파에서는 국내적인 기회를 만드는데 아주 절호의 기회가 됐고 선거를 압승했기에 어느 국면보다도 헌법 개정의 가능성은 높다”며 “이 부분은 기시다 수상이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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