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무기화' 중국의 댐 건설에 죽어가는 메콩강 생태계

윤고은 2022. 7. 1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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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강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응해 최근 메콩강 유역 5개국과 회동한 가운데 중국의 수자원 통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동남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티베트에서 발원해 윈난성에 이어 베트남·태국·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를 거쳐 남중국해로 유입되는 길이 4천800㎞의 강이다. 메콩강 상류를 중국에서는 란창(瀾滄)강으로 부른다.

중국은 메콩강 상류 지역에 많은 댐을 건설해 수자원을 통제함으로써 하류 지역 국가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2016년 미얀마·라오스·태국·캄보디아·베트남 등 메콩강 유역 5개국과 '란창강·메콩강 협력회의'(LMC)를 창설해 이들 지역 달래기에 나섰다. 메콩강 지역에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해당 지역과 협력을 확대해 나갔다.

그러나 중국의 공격적인 댐 건설과 뒤이은 라오스와 태국의 댐 건설로 메콩강 생태계는 10여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라오스에서 중국까지 댐이 잇달아 건설되면서 메콩강 유역 어민들의 생계가 휘청대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 마하사라캄대 환경전문가 차이나롱 세타추아 박사는 SCMP에 "우리의 메콩강이 죽어가고 있다"며 "메콩강 지류까지 포함하면 어획량이 이전보다 7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태국 치앙 칸 지방의 어부 프라윤 션애 씨는 라오스 정부가 태국과의 국경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에 댐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메콩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캄보디아 어부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은 1990년에 처음 대형 댐을 지은 후 현재 11개의 댐을 가동 중이다. 메콩강 하류의 어업, 농업이 중국의 댐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메콩강 하류에 댐이 처음으로 들어선 것은 2019년 11월로, 태국이 환경운동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은 사야부리 수력발전소다. 이후 라오스에 2개의 댐이 들어섰다.

SCMP는 "메콩강 상류에 댐이 적었고, 하류에는 댐이 없었던 2010년 이전 메콩강은 매년 230만t의 풍부한 어획량으로 세계 최대 내륙 어업 규모를 과시했다"며 "그러나 현재 어민들은 그물을 던지면서도 물고기를 많이 낚을 것이라는 희망을 거의 품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어 "태국 치앙 칸과 농카이 지역 어부들은 이미 생계와 살아갈 방법을 잃었다고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국 농카이 지역 한 마을 부촌장 차이왓 프라쿤 씨는 "현재 잡히는 물고기가 매우 적어서 어부 100명 중 겨우 20명만 여전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윤 씨는 "사야부리 댐이 가동하기 전에는 어부 한 명이 하루에 물고기 10㎏을 잡았지만 지금은 운이 좋아야 일주일에 4∼5㎏을 잡고 어떤 주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어종도 이전에는 100여종에 달했으나 현재는 20종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전문가인 폴 해리스 홍콩교육대 교수는 10일 홍콩프리프레스(HKFP) 기고에서 "물이 권력"이라며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의 댐 건설 광풍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지난 40년간 경제, 군사, 정치적으로 힘을 키울 수 있었던 원천 중 하나는 첨단 배터리와 태양광 에너지 발전에 필요한 광물처럼 다른 나라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통제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좀 더 평범한 힘의 원천은 중국 접경지대를 흐르는 강의 물"이라며 "그 물은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로 아무런 제약 없이 흘러 들어갔지만 지금은 중국의 댐들로 인해 점점 더 방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리스 교수는 "중국은 자신들의 댐 건설 열정을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와 함께 수출했고 그러한 외국 댐 프로젝트의 주요 수혜자는 중국"이라며 "중국 은행이 건설 자금을 대고, 중국 노동자가 파견돼 건설한 동남아 댐의 경우 거기서 생긴 수력 발전은 종종 중국으로 수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영토는 다른 10여 개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주요 강물의 발원지로, 이는 중국을 '물의 통제자'로 만들고 하류 국가들에 대해 물을 무기화할 수 있도록 한다"며 "중국이 자국 내 수력 발전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물의 양을 억제하면서 메콩강 상류에 물이 충분함에도 하류 국가들은 가뭄을 겪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뭄으로 갈라진 메콩강 바닥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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