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가 더 유해하지 않겠어요?"..'혐오' 대상 된 사랑벌레는 억울하다
인천=이미지 기자 2022. 7. 11. 11:52
“며칠만 기다리면 금방 죽고 사라질 텐데 안타깝네요.”
8일 인천 서구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실에서 변혜우 연구관이 알코올에 담겨있는 곤충을 바라보며 말했다. 빨간 등을 제외하곤 온몸이 새까만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곤충. 최근 경기 고양시, 서울 은평구 등 북한산 일대에서 대거 나타나 이슈가 된 플래시아속(屬) 털파리였다. 성충이 되면 짝짓기를 하느라 며칠간 암수가 붙어서 날아다니기 때문에 ‘사랑벌레(러브버그)’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졌다.
별칭만 들으면 사랑스러울 것 같지만 생김새와 많은 개체수 탓에 다수 주민들이 혐오감을 호소했다. 언론에도 알려지며 연일 ‘습격’, ‘출몰’과 같은 무서운 단어들이 며칠 동안 이 곤충과 관련된 기사 제목에 걸렸다. 결국 지자체가 대대적인 살충제 살포에 나섰다. 그런데 과연 사랑벌레는 그렇게 위협적인 곤충일까.
● 익충(益蟲)인데…
“이 털파리(사랑벌레)는 해당 지역에 오랫동안 살아온 자생종입니다.” 이 곤충의 유전자 분석 등을 담당한 변 연구관은 말했다. 쉽게 말해 ‘토종’이라는 것이다. 기존에 알려진 털파리과(科) 플래시아속 자생종 2가지와는 다른 새로운 종의 털파리로 드러났지만 자생종이라는 건 이 곤충이 우리 생태계에 위협적이지 않다는 뜻이었다.
이들의 생태도 굳이 따지자면 인간에게 익충(益蟲)에 가깝다. 변 연구관은 “이런 털파리류는 애벌레 때 1년간 땅속에 살면서 나뭇잎을 먹어 분해하고, 성충이 되면 꽃꿀을 먹으면서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며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일은 딱히 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징그럽다고 여긴 털파리 성충은 생육기간이 3~5일에 불과하다. 이 기간 내내 암수가 붙어 짝짓기를 하고,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은 곧장 유명을 달리한다. 암컷도 알을 낳고는 금방 죽는다. 변 연구관이 ‘며칠 기다리면 죽고 사라졌을’ 것이라 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였다.
그래도 새카만 벌레가 갑자기 득실거리면 징그러울 수 있다. 올해 갑자기 민가에서 보이는 이들 개체수가 급증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올해 유달리 길었던 봄 가뭄, 그리고 서식지와 민가가 인접해있었다는 점이다. 털파리들은 습도가 적정해야 성충이 되어 나오는데 긴 가뭄으로 그 시기가 미뤄지다가 장마 직후 떼 지어 성충이 됐고, 마침 이들이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 어떤 이유에서든 민가와 인접해 불빛 혹은 먹이를 따라 이들이 대거 민가로 내려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어느 쪽도 사랑벌레의 죄는 아니다. 변 연구관은 “모르는 곤충이 갑자기 떼로 나오니 재앙이나 재해라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건 이해한다”며 “하지만 곤충 입장에서도 1년간 기다리다 생애 마지막 며칠 짝짓기를 위해 지상으로 올라온 것인데 본의 아니게 이런 상황을 맞아 황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멸·혐오의 대상…“살충제보다 곤충이 더 위험?”
8일 인천 서구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실에서 변혜우 연구관이 알코올에 담겨있는 곤충을 바라보며 말했다. 빨간 등을 제외하곤 온몸이 새까만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곤충. 최근 경기 고양시, 서울 은평구 등 북한산 일대에서 대거 나타나 이슈가 된 플래시아속(屬) 털파리였다. 성충이 되면 짝짓기를 하느라 며칠간 암수가 붙어서 날아다니기 때문에 ‘사랑벌레(러브버그)’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졌다.
별칭만 들으면 사랑스러울 것 같지만 생김새와 많은 개체수 탓에 다수 주민들이 혐오감을 호소했다. 언론에도 알려지며 연일 ‘습격’, ‘출몰’과 같은 무서운 단어들이 며칠 동안 이 곤충과 관련된 기사 제목에 걸렸다. 결국 지자체가 대대적인 살충제 살포에 나섰다. 그런데 과연 사랑벌레는 그렇게 위협적인 곤충일까.
● 익충(益蟲)인데…
“이 털파리(사랑벌레)는 해당 지역에 오랫동안 살아온 자생종입니다.” 이 곤충의 유전자 분석 등을 담당한 변 연구관은 말했다. 쉽게 말해 ‘토종’이라는 것이다. 기존에 알려진 털파리과(科) 플래시아속 자생종 2가지와는 다른 새로운 종의 털파리로 드러났지만 자생종이라는 건 이 곤충이 우리 생태계에 위협적이지 않다는 뜻이었다.
이들의 생태도 굳이 따지자면 인간에게 익충(益蟲)에 가깝다. 변 연구관은 “이런 털파리류는 애벌레 때 1년간 땅속에 살면서 나뭇잎을 먹어 분해하고, 성충이 되면 꽃꿀을 먹으면서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며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일은 딱히 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징그럽다고 여긴 털파리 성충은 생육기간이 3~5일에 불과하다. 이 기간 내내 암수가 붙어 짝짓기를 하고,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은 곧장 유명을 달리한다. 암컷도 알을 낳고는 금방 죽는다. 변 연구관이 ‘며칠 기다리면 죽고 사라졌을’ 것이라 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였다.
그래도 새카만 벌레가 갑자기 득실거리면 징그러울 수 있다. 올해 갑자기 민가에서 보이는 이들 개체수가 급증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올해 유달리 길었던 봄 가뭄, 그리고 서식지와 민가가 인접해있었다는 점이다. 털파리들은 습도가 적정해야 성충이 되어 나오는데 긴 가뭄으로 그 시기가 미뤄지다가 장마 직후 떼 지어 성충이 됐고, 마침 이들이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 어떤 이유에서든 민가와 인접해 불빛 혹은 먹이를 따라 이들이 대거 민가로 내려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어느 쪽도 사랑벌레의 죄는 아니다. 변 연구관은 “모르는 곤충이 갑자기 떼로 나오니 재앙이나 재해라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건 이해한다”며 “하지만 곤충 입장에서도 1년간 기다리다 생애 마지막 며칠 짝짓기를 위해 지상으로 올라온 것인데 본의 아니게 이런 상황을 맞아 황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멸·혐오의 대상…“살충제보다 곤충이 더 위험?”
갑자기 출몰한 곤충이 혐오와 박멸의 대상이 된 경우는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 2020년 서울 은평구 봉산 일대에서는 막대기처럼 긴 몸체와 다리를 지닌 대벌레가 갑자기 늘어 지자체가 대거 방역에 나섰다. 같은 해 인천 수돗물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은 마치 거머리나 기생충 같은 생김새로 많은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안겼다.
곤충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강운 소장은 “수돗물에서 이물질이 나온 것은 분명 문제지만, 깔따구가 인간 관점에서 징그러운 곤충이라는 이유로 곤충 자체에 대한 과도한 공포감과 혐오감이 조성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깔따구는 4급수에 살기도 하지만 1급수에도 사는 수생태계 대표적인 곤충이다. 이 소장은 “최근 이슈가 된 곤충들 가운데는 익충에 가까운 곤충도 많은데 단순히 곤충이라는 이유로 방제와 박멸의 대상이 되곤 한다”며 “이들의 생태를 이해한다면 굳이 박멸하거나 약을 치지 않고 훨씬 친환경적인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사랑벌레의 경우 곤충이 많이 출몰한 곳이 외부라면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고 건물 내부라면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기만 했어도 됐다는 것이다. “이 무해한 곤충을 잡는다고 살충제를 들이붓는 것이 더 유해하지 않겠어요?” 이 소장의 말이다.
● 공존의 대상…생태친화적 교육 필요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곤충이 갑작스레 대거 나타나는 상황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 이야기한다. 변 연구관은 “도시개발로 인해 인간이 자연의 공간을 침범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의 생태환경이 개선되는 것도 인간과 곤충의 접점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변 연구관은 “도시 개발을 할 때 인간과 자연 공간 사이에 완충지역도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며 “도시 계획단계부터 그 지역 생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곤충 등 자연을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자연물과 친숙해지게 하는 생태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변 연구관은 “어릴 때부터 곤충을 봐온 제 아이들은 곤충을 전혀 무서운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며 “곤충과 맞닥뜨리는 것도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곤충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강운 소장은 “수돗물에서 이물질이 나온 것은 분명 문제지만, 깔따구가 인간 관점에서 징그러운 곤충이라는 이유로 곤충 자체에 대한 과도한 공포감과 혐오감이 조성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깔따구는 4급수에 살기도 하지만 1급수에도 사는 수생태계 대표적인 곤충이다. 이 소장은 “최근 이슈가 된 곤충들 가운데는 익충에 가까운 곤충도 많은데 단순히 곤충이라는 이유로 방제와 박멸의 대상이 되곤 한다”며 “이들의 생태를 이해한다면 굳이 박멸하거나 약을 치지 않고 훨씬 친환경적인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사랑벌레의 경우 곤충이 많이 출몰한 곳이 외부라면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고 건물 내부라면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기만 했어도 됐다는 것이다. “이 무해한 곤충을 잡는다고 살충제를 들이붓는 것이 더 유해하지 않겠어요?” 이 소장의 말이다.
● 공존의 대상…생태친화적 교육 필요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곤충이 갑작스레 대거 나타나는 상황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 이야기한다. 변 연구관은 “도시개발로 인해 인간이 자연의 공간을 침범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의 생태환경이 개선되는 것도 인간과 곤충의 접점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변 연구관은 “도시 개발을 할 때 인간과 자연 공간 사이에 완충지역도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며 “도시 계획단계부터 그 지역 생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곤충 등 자연을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자연물과 친숙해지게 하는 생태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변 연구관은 “어릴 때부터 곤충을 봐온 제 아이들은 곤충을 전혀 무서운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며 “곤충과 맞닥뜨리는 것도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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