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노동자, 산재보험료 절반 부담에..법원 "차별 아니다"

김희진 기자 2022. 7. 1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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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서 배달업체 배달 오토바이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 노동자에게 산업재해 보험료를 사업주와 절반씩 부담토록 한 것은 부당한 차별이 아니라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배달 노동자는 사업자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는 배달 노동자 A씨 등 3명이 산재 보험료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 5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 등은 2019~2020년 건보공단이 각자 소속된 사업장에 산재 보험료를 부과하는 고지서를 발송하자 “보험료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은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별도 규정을 두고 있다. 사업주가 산재 보험료를 100% 부담하는 일반 노동자와 달리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사업주와 절반씩 나눠 부담하도록 돼 있다.

A씨 등은 “일반 노동자가 산재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 것과 달리,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만 산재 보험료 2분의 1을 부담시키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부당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관련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도 재판부에 신청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으로 원고들 평등권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사업주에 대한 전속성이나 보수의존성 정도가 높고 독립된 사업자로서 징표가 약하다고 볼 수 있으나, 작업 도구를 소유하거나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해 근로자보다 사업주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산재보험료 절반을 부담케 하는 것이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외국 입법례를 보면 다수 국가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방법과 정도는 달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산재보험법은 (수차례 법 개정을 거쳐) 적용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원고들이 주장하는 불합리는 국가예산이나 재정, 전체적인 사회보장 수준 등을 고려해 단계적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할 것”이라고 했다.

A씨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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