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최고위 불참하며 잠행..'20대 與 이탈' 재기 발판 삼나
당내에선 자진 사퇴론도..李, 2030 당원 끌어모아 여론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로 정치 인생의 갈림길에 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잠행 속에 장고를 이어 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부재'를 기정사실로 하며 후폭풍 수습 모드로 전환한 양상이지만, 이 대표는 지난 8일 윤리위 결정 직후 즉각 불복을 선언했음에도 11일 현재까지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최고위 주재 여부에 대해 "주말에 판단해보겠다"고 했지만, 결국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직무대행체제를 선언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최고위를 주재했다.
앞서 대응책으로 언급한 윤리위 재심 청구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도 아직 이렇다 할 기미가 없는 상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측근 그룹과도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고 상황 반전 카드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선수별 의원 모임을 거쳐 오후에 열리는 의총에서의 논의 향배를 주시하며 대응 방향의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사퇴 의사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주말 간 또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는 대표가 좀 언론이나 국민과 당원분들께 말씀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대응 카드를 내놓기 쉽지 않은 주요 원인으로는 먼저 당내에서 자신 편을 들어주는 우군(友軍)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이번 윤리위 국면에서 이 대표가 기용한 청년 당직자 등을 중심으로 징계 반대 목소리가 산발적으로 제기되긴 했지만, 윤리위 결정 이후에도 원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징계 수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나아가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의 자진 사퇴까지 거론하고 있다.
친윤(윤석열)계로 분류되는 박수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지(知止)"라는 단어 하나를 올렸다.
지지(知止)는 자신의 분수에 넘치지 아니하도록 그칠 줄을 안다는 의미로, 사실상 이 대표의 징계 수용과 사퇴를 촉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반면 과거 이 대표와 바른정당 인연이 있는 하태경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자진 사퇴론에 대해 "6개월 징계이기 때문에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할 이유는 안 된다"고 엄호에 나섰다.
다만 "현재 당내 목소리들로 보면 저 같은 입장은 사실 소수"라면서 "아마 자진사퇴를 계속 촉구하는 분들과 '이 정도로 하고 좀 기다려보자' 하는 두 가지 흐름이 아마 다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를 돕는 분들이 당내에 어느 정도는 있지만 아무래도 조금 '샤이'한 분들이 많다"며 "현재 당권파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워낙 기세가 등등하니까 조심스러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원내 지지 기반이 약한 이 대표로서는 결국 장외 세력 과시로 '무력 시위'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온다. 자신의 최대 지지층이자 당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기반인 '2030 남성 당원'이 결국 믿을 구석인 셈이다.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 결정이 나온 직후 온라인 당원 가입 독려 글을 SNS에 올렸다.
그러면서 "2030 당원, 지지자들의 가장 큰 무기는 오랜 기간 동안 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당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만약 이번 윤리위 사태를 계기로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이 대거 추가 유입돼 3개월 후 책임당원 지위까지 획득한다면 향후 당권 경쟁 국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형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및 당 지지율 하락세를 정치적 재기를 위한 공간 확보의 고리를 삼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리위 징계 국면에서 20대를 중심으로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매개로 당내 권력투쟁의 희생양이라는 점과 이번 징계 결정의 부당성을 부각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ge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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