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장본인' 스리랑카 대통령, 사퇴 압박에 굴복
코로나 유행과 테러로 경제 핵심인 관광 산업 무너져
우유·화장지 수입할 자금도 없어..우크라 전쟁도 악재
정치적 부패가 가장 큰 원인..실정까지 겹쳐
국제적 원조 요청..중국과 러시아에도 손 내밀어
스리랑카가 경제 붕괴로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가운데 대통령과 총리가 사임했다. 사퇴 시위를 벌인 국민들은 여전히 식량과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과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전날 시위대가 관사를 습격하고 불을 지르는 등 거세게 압박하는 가운데 사임에 동의했다.
지난 5월 취임한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스리랑카 경제가 최저점을 향하고 있으며 반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식량과 에너지 구입을 할 수 없을 만큼 빚더미에 앉은 경제가 붕괴했다면서 디폴트를 선언했다.
현재 스리랑카 국민들은 식량 부족으로 끼니를 건너뛰고, 연료를 조금이라도 사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고 있다. 최근 경제 위기가 악화하기 전까지 중산층의 성장을 토대로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던 국가로썬 혹독한 현실이 펼쳐졌다고 AP는 진단했다.
경제 위기는 얼마나 심각할까?
현재 화폐 가치는 80% 급락해 수입품의 가격은 치솟고, 식료품 가격이 57%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이미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 결과 에너지는 물론 우유와 화장지조차 수입할 돈이 없는 파산 상태에 빠졌다.
정치적 부패 역시 문제다. 국가의 부를 낭비할 뿐만 아니라 스리랑카를 위한 구제금융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국제개발센터 정책 연구원이자 경제학자인 아니트 무커지는 "IMF(국제통화기금)나 세계은행의 지원은, 이 지원이 잘못 관리되지 않도록 엄격한 조건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세계 주요 무역 항로 중 하나인 스리랑카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국가가 붕괴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열대 기후인 스리랑카는 보통 식량 부족을 겪지 않지만, 국민들은 점점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WFP(유엔 세계식량계획)는 10가구 중 9가구가 끼니를 거르고 있고, 300만 명이 긴급 인도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SNS를 통해 핵심 장비와 의료품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인구도 늘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자기가 먹을 농산물을 키우기 위해 3개월의 휴가를 지급했다.
즉 국민들은 고통을 겪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필사적인 상황이다.
경제는 왜 이렇게 처참해졌을까?
국민적 분노는 라자팍사 대통령과 그의 형인 마힌드라 라자팍사 전 총리를 향하고 있다. 라자팍사 전 총리는 반정부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한 뒤 몇 주가 지나서야 사임했고,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뒤를 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상황은 점점 악화했다. 2019년 부활절에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26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 테러는 외화의 원천인 관광 산업을 황폐화했다. 코로나19 대유행도 관광 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로 외채가 치솟으면서 세금을 인상해야 했지만, 오히려 역사상 가장 큰 폭의 감세를 단행했다. 이 감세 정책은 국가 신용등급 하락 이후 최근 취소됐고, 외환 보유액 감소로 이어져 추가 국가 대출을 막아버렸다.
지난해 4월에는 화학 비료의 수입도 갑자기 금지했다. 유기농법 도입 압박은 주요 농작물을 갑자기 갈아엎게 만들고 곡물 가격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외환을 아낀다는 이유로 사치품의 수입도 금지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인플레이션은 거의 40%에 달하고, 식량 가격도 5월에만 약 60% 올랐다.
스리랑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현지언론은 IMF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IMF와 긴급구제에 대해 협상을 하고 있으며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올 여름이 끝날 때쯤 예비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스리랑카는 또 중국의 더 많은 도움을 요청했다. 또 미국과 일본, 호주 등에 수백억 달러의 원조를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의 경제적 제재를 받아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진 러시아산 원유 수입도 검토하고 있다.
UN(국제연합)은 국제적 원조를 요청하고 있다. 현재 스리랑카가 향후 6개월 동안 버티기 위해선 최소 60억 달러(약 7조 81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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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장성주 기자 joo50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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