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본 드라마 '우영우'.."탄성을 자아냈다, 다만 아쉬운 몇 가지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NA채널에서 방송되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0.9%로 시작한 시청률은 4회 만에 5.7%로 치솟았고, 화제성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OTT·극장 통합 인기 순위에서도 1위에 올랐다.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동시에 가진 대형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가 다양한 사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장애를 가진 변호사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따스한 시선이 담긴 이 ‘법정 드라마’를 현직 변호사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어봤다.
박상수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율)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한국 법정 드라마 보다가 처음으로 무릎을 탁 쳤다”며 “탄성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전의 드라마들은 변호사가 보기에는 기본을 무시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형사 법정에서는 검사와 변호사가 마주 보지만 민사 법정에서는 판사를 바라보고 앉는다. ‘우영우’에서는 이 모습이 잘 반영됐다. 또 용어를 헷갈려 민사소송인데 “고소 취하하라”는 이야기가 나오거나 현실에서는 잘 적용하지 않는 법 조항을 들이대면 몰입도가 깨진다는 게 박 변호사의 말이다.
박 변호사는 “우영우 드라마는 진짜 현실적”이라고 했다. 특히 남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할머니를 위한 공익 재판 장면을 짚었다.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은 검사도 집행유예를 주려고 하는 사건이라며 우영우에게 혐의를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그때 민법 1004조 상속인의 결격사유를 생각해낸 우영우는 무죄를 받아낸다.
박 변호사는 “형사 사건이니 형법에만 매몰되기 쉬운데 거기서 가족법의 중요 쟁점을 잡아내는 점에서 감탄했다”고 했다. 그는 또 “변호사들이 동료를 인정하는 계기도 실제와 같다”고 했다. 장애를 가졌다고 잘해주는 온정주의가 아니라 숨은 쟁점을 찾아낼 줄 아는 변호사가 한 팀으로 인정받는 게 현장의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다만 “재미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고 했다.
그는 “좋은 학교를 나와서 좋은 학점을 받고, 대형 로펌을 갔는데 다루는 사건은 공익 사건”이라며 “이것이 판타지라는 건 변호사들이라면 모두 알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영우 변호사는 선고가 나올 때까지 오직 하나의 사건만 하고 있다”며 “저 좋은 건물과 전망 좋은 사무실을 유지하기 위해 실제 저년차 변호사는 도저히 퇴근할 수 없는 분량의 사건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그럼에도 아빠가 하는 일을 백날 설명해도 관심 없던 아들이 드디어 아빠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해준 것만으로도 기분이 너무도 좋아지는 드라마”라고 했다.
다른 변호사들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한 변호사는 “상속인 결격 사유를 언급했을 때 고증이 디테일해서 놀랐다”며 “드라마에서 이런 법률적인 감각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 괜찮은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저희 공익 사건 전담 변호사 생각하면 하나의 사건만 맡는 건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을 변호사 시험 7기 출신 현직 변호사라고 밝힌 이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감상평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법률용어 제대로 쓰는 거 보고 박수 칠 뻔했고, 법정파트에서 변론 시 허술한 구석이 없으며 법리가 정말 정교하다”고 했다. 다만 “1년도 안 된 변호사에게 저런 넓은 개인사무실이 지급됐다는 점 등 현실과의 괴리감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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