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미·중 정상, 수 주 내 대화할 것"..바이든 "대중 관세 인하 추가 논의 중"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정상 간 대화가 ‘수 주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와 관련해 미국 정부 내에서 추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가한 다음 태국을 방문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날 방콕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향후 수주 내 대화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발리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양자 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 간 접촉에 대해서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시 주석과 네 차례 전화 통화 또는 화상 회담을 했지만 대면 회담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두 정상의 마지막 전화 통화는 지난 3월18일이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르면 이달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두 정상 간 접촉도 전화 통화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지난 5월 말부터 미·중 정상이 수 주 내에 대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정상 간 접촉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지난달 말 시 주석과의 대화가 곧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중이 정상 간 접촉을 추진하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정세가 급변했고 인플레이션, 식량 및 에너지 위기가 도래한 상황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확인하고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마련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양국의 외교·국방·경제 분야 고위급 인사들이 비교적 활발한 접촉을 이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언론들은 양 정상의 대면 회담은 올가을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이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오는 11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양 정상이 처음으로 대면 회담을 할 가능성에 관해 “가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역시 11월 18~19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한다고 중국 측이 발표한 것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도 이 회의에 참석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도 “미국도 참가하겠지만 누가 참석할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개인 별장이 있는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비치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중 간 현안 가운데 하나인 중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인하와 관련해 “추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 내에서 이 사안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산 소비재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바이든 정부 내에선 찬반 의견이 나뉘어 있다.
대중 관세 인하 찬성파로 분류되는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이 곧 결정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러몬도 장관은 “관세 철폐는 가장 중요한 인플레이션을 심대한 방식으로 끌어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잠재적으로 일부 가정용 물품에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 관세 인하의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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