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팽당한 트럼프 책사 배넌, 의회폭동 청문회 증언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해 1월 6일 벌어진 의사당 폭동 사태에 대한 특위에서 증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BC뉴스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이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하원 특위가 1·6 의사당 폭동 사태에 대한 공개청문회를 12일 재개하는 가운데 그동안 증언을 거부해온 배넌이 태도를 바꾸면서 증언 내용과 그에 따른 파장을 미국 언론은 주목하고 있다. 배넌의 변호인은 “이제 상황이 변했다”면서 “배넌은 증언을 하고자 하며, 공개 청문회에서 증언하기를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배넌은 폭동 전날인 지난해 1월 5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내일 모든 지옥이 무너질 것”이라고 언급해 그동안 사태 전모를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트럼프의 오른팔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배넌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합류해 백악관 수석전략가 자리에 올랐다가 경질된 인물이다. 미국의 극우 성향 매체 브레이트바트의 설립자이기도 한 배넌은 트럼프 대선 승리의 주역 중 한 명이다. 백악관에 입성해 미국 우선주의와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을 입안하며 실세로 군림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온건파와 갈등을 빚었다.
2017년 8월 아메리칸프로스펙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해법은 없다”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대가로 북한과 주한미군 철수 협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가 경질됐다. 북한 관련 발언이 방아쇠가 됐지만 당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사태와 관련해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심하게 비난하지 말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했던 점도 사퇴 원인이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배넌의 변호인은 지난 9일 오후 늦게 특위로 편지를 보내 배넌의 청문회 증언 의사를 전달했다. 앞서 배넌은 지난해 11월 의회 증언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무시하고 관련 서류를 제공을 거부해 의회 모욕 등 2건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달 18일에 관련 재판이 예정돼 있다.
배넌은 그동안 행정 특권을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으나 특위와 법무부는 배넌이 2017년 면직돼 폭동 사태가 일어난 2020년 1월에는 민간인 자격으로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자문했기 때문에 행정특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배넌의 변호인은 특위에 배넌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특권철회 서한도 제출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배넌에 보낸 서한에서 “처음에 의회에서 증언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는 소환장을 받았을 때 행정특권을 발령했다”면서 “하지만 당신과 다른 사람들이 불공정하게 대우받고, 법률비용으로 막대한 돈을 사용하며, 국가에 대한 사랑과 대통령직에 대한 존경 때문에 겪어야 할 모든 트라우마를 지켜봤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약 증언을 위한 시간과 장소에 대해 합의하게 된다면 당신에 대한 행정특권을 철회하겠다. 그렇게 되면 (특위에) 가서 사실에 충실하고 공정하게 증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한에서 특위를 ‘폭력배와 정치 모리배들’(Thugs and Hacks)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특위가 공개 청문회를 통해 일방적 주장만 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배넌이 얼마나 협조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있다. 배넌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수정헌법 5조를 들어 출석은 하되 증언은 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위는 12일에는 1·6 의회 폭동에 참가했던 극우단체 조직원을 상대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이어 14일에는 황금시간대에 공개 청문회를 진행키로 했기 때문에 배넌에 대한 청문회가 열릴 경우 오는 14일 저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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