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기로..보수결집 우경화는 '리스크', '온건파' 기시다 주도권은 '기회'
우크라이나 침공·자국 내 안보 불안..우경화 속도
요동치는 日 정치..정치구도 변화에 한일관계 기로
韓, 조문외교 나서..'관계개선' 시간표는 늦춰질 듯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인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자민당 내 강경파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지원유세 도중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보수 결집이 이뤄진 가운데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면서 한일 관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11일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번 참의원선거가 실시된 125석 가운데 여당인 자민당(63석)과 공명당(13석)이 76석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참의원 전체에서 여당이 차지하는 의석 수는 146석으로, 과반인 125석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중간평가 성격인 이번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게 됐다. 향후 최소 3년간 큰 규모의 선거가 없는 상황인 만큼 기시다 총리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꾸리며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변수는 일본 우익 보수의 심장인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에 따른 일본의 우경화 속도다. 이번 선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의 핵 위협 등 불안정한 세계질서와 아베 전 총리 사망으로 자국 내 안보 불안이 확대되면서 보수 표심이 결집했다. 자민당 우익세력의 보수색채가 더욱 짙어지면서 한국에 적대적인 분위기가 강경해질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아베 전 총리가 큰 목소리를 내고 기시다 총리는 중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역할 분담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기시다 총리가 포지셔닝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지만 아베 전 총리가 일종의 ‘신화’처럼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쉽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가 오히려 어려워져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민영방송 TV도쿄 출구조사에서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지지 정당을 자민당으로 바꾼 유권자가 13%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자민당 간사장은 “13%가 바꿨다면 아베 전 총리의 마지막 목소리가 국민 여러분께 확실히 전달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까지 4개 여야 정당 의석을 합하면 개헌안 발의 기준인 3분의 2(166석)를 넘는 176석으로,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한 우익세력의 숙원인 평화헌법 개정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기시다 총리는 NHK에 “개헌 논의를 심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명한 것은 아베 전 총리 사망과 이번 선거 결과로 일본 내 정치판이 요동칠 것이라는 점이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이자 보수 우익을 대표하는 ‘아베파’의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차 온건 보수로 분류되는 ‘기시다파’의 세(勢) 확장에 따른 당내 정치구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일 관계 방향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차 분수령은 기시다 총리의 8~9월 개각이다. 강창일 전 주일대사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아베 전 총리는 강경 보수, 기시다 총리는 온건 보수이자 실용주의 노선을 타고 있다”며 “이런 의미에서 한일 관계도 긍정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는 조문외교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동력 확보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만간 주한일본대사관에 마련된 빈소를 조문할 계획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1일 빈소를 찾아 “일본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를 역임하고 일본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긴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잃은 유가족과 일본 국민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 정부 대표단을 일본에서 열리는 공식 추모식에 파견을 보낸다는 방침이다. 강 전 대사는 “장례식장에서 정치적인 움직임보다는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또 하나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윤 대통령 취임 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시간표가 늦춰질 수밖에 없게 됐다. 박 장관의 일본 방문 일정은 여전히 ‘조율 중’인 상황이다. 지난달 일본을 찾을 계획이었지만 선거 이후로 연기됐으며, 아베 전 총리 사망으로 이마저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오는 14일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 협의회 2차 회의를 한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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