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톡] 머스크는 왜 트위터 인수를 철회했을까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전격 철회했습니다. 8일(현지시간) 변호사를 통해 트위터 측에 보낸 서한에서 머스크는 “트위터가 계약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인수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했습니다. 트위터 인수 의사를 밝힌 지 3개월, 인수계약 2개월여 만입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철회는 ‘깜짝’ 소식은 아닙니다. 이미 머스크는 인수 계약 체결 한 달도 안 된 시점부터 “트위터의 스팸 계정이 생각보다 많다”며 불만을 표시해 왔습니다. 이후에도 스팸과 봇 계정을 두고 문제제기하는 그를 보며 시장에서는 인수 철회를 점쳤습니다.
다만 머스크의 인수 철회 발표 모습은 평소 머스크답지 않았습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계약을 체결하기까지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하나하나 외부에 공개했습니다. 트위터에 대한 이용자의 인식을 묻는데서 시작해, 인사 의사를 밝히고 최종 체결하기까지 전 과정이 그의 트윗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인수 철회 소식은 머스크가 아닌 그의 변호사를 통해서였는데 그것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인수를 결정할 때와는 다소 다른 모습입니다.
트위터 측에 보낸 서한에서 머스크는 “트위터의 일간 활성 이용자 가운데 가짜 계정은 5% 미만”이라는 트위터의 주장을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말합니다. “트위터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거부했기 때문”에 인수계약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가짜계정 5% vs 20% ?
머스크가 처음 트위터 가짜계정 문제를 제기한 것은 올해 5월 13일입니다. 자신이 분석하기로는 가짜계정이 20%에 달한다며 트위터 측에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트위터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는 2억 3,000만 명 정도입니다. 트위터 측은 이 가운데 5%, 1,150만 명 정도를 가짜 계정으로 추정하지만 머스크는 최소 20%, 4,600만 명은 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트위터의 지난해 매출은 50억 달러 정도로, 90%가 광고에서 발생합니다. 광고매출이 대부분인 트위터에 가짜계정 비율은 광고단가와 직결되는 문제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6년 안에 트위터 매출을 5배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머스크로서는 가짜계정이 얼마나 되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한 달여 동안 머스크와 트위터 측은 가짜계정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다퉈 왔습니다. 트위터 CEO인 파라그 아그라왈은 “트위터의 분기별 스팸 계정 비율은 2013년부터 5%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내부 정보 접근권을 얻어 가짜계정 비율을 추적했지만, 정확한 수치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이는 심각한 계약 의무 위반이라는 것이 머스크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트위터의 가짜계정 문제는 새삼스런 내용은 아닙니다. 4년 전인 2018년에는 트위터 가짜계정 논란이 불거진 끝에 트위터가 전체 계정 가운데 6%가량을 대거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조치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룻밤에 팔로워 34만 명 정도가 사라졌습니다.
오랜 시간 트위터를 이용해 왔고, 트위터 인수를 결정하기까지 한 머스크라면 가짜계정 문제를 충분히 예상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가짜계정 문제가 다소 과장된 사유일 뿐, 머스크에게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옵니다.
■나스닥 급락에 달라진 머스크 태도
우선은 인수계약 체결 이후 달라진 시장 환경이 머스크의 인수 의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머스크가 합의한 트위터 인수금액은 440억 달러입니다. 이 가운데 130억 달러는 트위터 자산을 담보로, 125억 달러는 테슬라 지분을 담보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4월 이후 미국에선 유례없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최근 잇달아 금리 인상이 단행됐습니다. 이 영향으로 트위터, 테슬라 등이 포함된 나스닥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수 체결 당시 13,000선이던 나스닥은 현재 11,600선까지 10% 넘게 급락했습니다. 인수금액 절반 이상을 자산담보 대출로 실행하려던 머스크가 부담을 느낄 만한 상황입니다.
일부에선 머스크의 이번 인수 철회 발표가 인수금액을 조정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머스크가 합의한 트위터 인수금액은 주당 54.2달러입니다. 현재 트위터 주가는 36달러 선을 오가고 있습니다. 주가 프리미엄이 무려 50%에 달합니다. 인수 당시 38%였던 인수 프리미엄이 더 커졌습니다. 그렇지않아도 가짜계정 문제로 트위터 측과 대립각을 세우는 머스크로서는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높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습니다.
정말로 인수를 취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수 철회 발표를 통해 향후 인수금액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보는 시선입니다.
머스크의 숨은 의도와 관계없이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트위터는 머스크를 상대로 인수계약을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입니다. 어느 한쪽의 사유로 계약이 취소되면 10억 달러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그렇게도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현재 인수계약 상 트위터 프리미엄은 무려 50% 정도입니다. 트위터 이사회가 만약 머스크에게 10억 달러만(?) 받고 계약을 취소해 주면 되레 주주들에게 소송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트위터 이사회로서도 머스크와 법정 다툼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참고로 법정 다툼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오랜 지역구인 델라웨어주에서 진행됩니다. 머스크의 회사인 테슬라의 서류상 본사 위치가 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본사는 미국 텍사스에 있습니다. 델라웨어가 친기업 정책을 펼쳐 다양한 감세 혜택을 주기 때문인데, 테슬라 외에도 구글, 애플 등의 서류상 본사가 이곳이라고 합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이승종 기자 (arg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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