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살다' 최태이, "'그럴 수 있다'는 관객의 호응 얻고파"


"‘그럴 수 있다’, 이 한 마디 반응을 얻고 싶어요."
12일 개막하는 뮤지컬 ‘실비아, 살다’(제작 공연제작소 작작)의 타이틀롤 실비아를 맡은 배우 최태이는 이같은 바람을 전했다. 작은 소망 같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실비아는 자살로 삶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그의 삶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최태이에게 주어진 과제다.
실비아 플라스는 섬뜩하고도 잔혹한 스타일의 시를 통해 여성으로서 가지는 격정을 솔직한 글쓰기로 풀어낸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다. 8살 때 겪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9살 때 첫 자살시도를 하고, 21살에 또 한 번, 그리고 31살에 마지막 자살을 통해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죽음 후에야 예술성을 제대로 평가받아 사후에 퓰리처상을 수상한 유일한 작가가 됐다.
지난 6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태이는 "실비아는 예민한 인물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스스로에 대한 검열이 심하다. 그 마음을 온전히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작품을 통해 실비아를 만나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그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이 한 마디가 심적 고통을 겪는 누군가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태이에게 ‘실비아, 살다’는 남다른 작품이다. 지난 2020년 첫 쇼케이스 때부터 실비아를 맡았기 때문이다. 130분의 러닝타임 동안 실비아는 사실상 퇴장이 없다. 최태이는 실비아로서 이 긴 시간을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
그는 "9살, 21살, 31살의 실비아를 모두 연기해야 한다. 그래서 연기를 정말 잘 해야 한다"면서 "실비아는 결혼 후 아이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강의를 하며 돈을 벌고 집안일도 한다. 그렇다 보니 정작 자기가 쓰고 싶은 시를 쓸 시간은 안 난다. 그래서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혹자는 ‘자살 미화’라 할 수도 있다. 어떤 연유에서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은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옳다. 그래서 실비아는 치밀하게 자살이 ‘실패’할 계획을 짰다. 자살을 결심할 만큼 삶이 버거웠지만, 종국에는 살길 원했다. 자살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더 잘 살고 싶다는 웅변이었던 셈이다. 최태이는 바로 그 지점에 주목했다.
그는 "실비아는 모두가 ‘노’라고 할 때, 홀로 ‘예스’라 외친다. 그런 그가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를, 자살이라는 행위를 통해 그 진심을 알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반문하며 "누군가가 죽으면 사람들은 ‘왜 죽었대’라고 묻는다. 그제서야 비로소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실비아를 연기하며 그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했기에 실비아를 위로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켕 ‘자살론’에서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 말했다. 자살이라는 행위가 독자적인 결정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압박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빚어진다는 의미다. 이는 실비아에게도 적용된다. 여류 예술가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지 않던 시절, 실비아는 예술가로서 그의 삶을 온전히 살 수 없었다. 그로 인한 결핍은 그의 마음 속에서 자살이라는 행위를 잉태시켰다.
‘실비아, 살다’를 통해 그를 이해하게 됐다는 최태이. "실비아의 마음이 전해져 힘든데, 그래도 위로를 받는다"고 운을 뗀 그는 "연습을 할 때마다 확인을 받는 순간이 온다. 그럴수록 모든 것을 쏟아내게 된다"면서 "그래서 연기를 마치고 나면 후련하다. 언젠가 너란 사람도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나누는 최태이의 옆에는 2L 생수통이 놓여 있었다. 목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항상 물을 들이켜는 그의 모습에서는 실비아라는 인물을 대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130분의 러닝타임 동안 혹시라도 실수를 하면 어떻게 하냐?"는 장난 섞인 질문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기 다짐을 하듯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외쳤다.
한편 ‘실비아, 살다’는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여성들이 죽음이 아닌 삶을 찾아가는 바람을 말하고자 빅토리아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실비아 플라스가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하게 하는 팩션(Faction)의 이야기로 구성했다. 오는 12일부터 8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티오엠) 2관에서 공연된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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