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지능' 30대 아들의 방..어린이책 옆엔, 먼지 쓴 향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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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그 물건들은 많은 것을 말한다.
그곳에 사는 이의 손길과 시선이 자주 닿은 곳은 어디인지, 세월과 함께 어떤 물건이 그이의 삶에서 비켜났는지. 공간과 사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은 그 공간의 주인을 만나는 또 다른 방식이다.
2014년 6월 6일 그날의 사고로 두 살배기의 인지능력을 갖게 된 희성씨가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이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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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그 물건들은 많은 것을 말한다. 그곳에 사는 이의 손길과 시선이 자주 닿은 곳은 어디인지, 세월과 함께 어떤 물건이 그이의 삶에서 비켜났는지…. 공간과 사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은 그 공간의 주인을 만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인터랙티브] 살아남은 김용균들 : 2022년 187명의 기록
한겨레 청년 산재 기획 바로가기 >>
전남 광양의 한 제철소에서 터진 일산화탄소 폭발 사고로 산업재해 중장해인이 된 이희성(31·가명)씨의 어머니 박인숙(60·가명)씨는 며칠 전 쌓아두었던 희성씨의 짐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2014년 6월 6일 그날의 사고로 두 살배기의 인지능력을 갖게 된 희성씨가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이 많았기 때문이다.
찬찬히 남겨진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서랍장 위에 옹기종기 모아둔 여러 개의 향수병은 뽀얗게 먼지가 쌓였어도 버려지지 않았고, 신발장엔 자리 잡은 종류별 운동화들도 그대로였다. 공들여 비교하고 골랐을 그 물건들에서는 세월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이십 대 청춘 희성씨의 명확한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반면 책장에는 어린이 만화 전집이 꽂혀 있다. 사고 뒤 병원에서 재활 중인 그에게 회사 사람들이 주고 간 것이다. 근육 이완 재활기구도 지금의 그에게 필요한 물건이다.
20여년 나이 차의 두 사람이 함께 사는 듯 보이는 희성씨의 방에 걸려있는 새 작업복은 마치 사고 전 청년 이희성과 사고 뒤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희성씨를 나누는 구분자 같다. 8년 전 사고 며칠 뒤 회사에서 받았다는 저 작업복을 입어보지 못한 채 희성씨의 시간은 거꾸로 흘렀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 사진기사는 2030 청년 187명의 산재 기록을 톺아본 <한겨레> 기획보도 ‘살아남은 김용균들’ 중 하나로, 인터랙티브 페이지에서 더 많은 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it.ly/3AIbW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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