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특집 : 홍도의 여름] 짙푸른 바닷가에 노란 원추리..여기 한국 맞아?
글 이재진 편집장 사진 신안군청 2022. 7. 11. 09:51
석양이 바다에 솟은 기암괴석을 붉게 채색하는 이 섬을 사람들은 ‘홍도紅島’라 불렀다. 홍도는 맑고 푸른 바다와 기괴한 바위, 난온대림 그리고 싱싱한 해산물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1965년에 천연기념물로, 1981년에는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섬이 가진 생태자연적 가치를 일찌감치 인정받은 것이다. 홍도는 갖가지 전설을 품은 바위들과 풍란 등 270여 종의 희귀식물, 230여 종의 동물 및 곤충이 서식하고 있는 때묻지 않은 생태계 보고다. 홍도를 둘러싼 10여 개의 크고 작은 섬과 여(만조 시 바닷물에 잠기는 바위)는 오랜 시간 파도와 바람이 조각한 해안절벽과 기암괴석으로 장관을 이룬다.
유람선 타고 신들의 정원을 거닐다
홍도는 봄여름가을겨울 어느 때 찾아가도 실망하지 않는다. 이 섬에 가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위섬. 한국의 섬들 중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곳으로 백령도 두무진, 거문도, 백도와 함께 홍도가 손꼽히지만 이 중에서 홍도가 가장 압권이다. 섬 주변에 점점이 떠있는 기암괴석들은 마치 신들의 정원을 보는 것 같다. 이 신비로운 풍경을 보려면 반드시 유람선을 타야 한다. 배에서 보는 홍도의 기암절벽은 아름답다. 갖가지 전설과 이름들은 모두 기억하기조차 어렵다. 아침 7시30분, 12시30분, 16시30분 하루에 세 번 운항한다.
홍도항을 출발한 유람선은 도승바위를 시작으로 33경을 차례로 보여 준다. 남문바위, 도승바위, 탕건바위, 병풍바위, 실금리굴, 흔들바위, 칼바위, 무지개바위, 제비바위, 돔바위, 기둥바위, 삼돛대바위, 원숭이바위, 시루떡바위, 용소바위, 대문바위, 좌불상, 해수욕장, 거북바위, 만물상, 자연탑, 부부탑, 석화굴, 등대, 독립문바위, 탑섬, 대풍금, 종바위, 두리미바위, 슬픈여, 공작새바위, 홍어굴, 노적산 등이 33경이다. 제1경 남문은 홍도 남쪽의 바위섬이다. 예전 텔레비전 방송시간이 끝날 때마다 방영됐던 애국가의 첫 장면을 장식한 적도 있다. 소형 어선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큰 구멍이 뚫려 있어 홍도의 관문으로 불린다. 이 석문을 통과하면 일 년 내내 더위를 먹지 않고 재앙이 없으며 소원이 성취된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홍도 33경을 모두 도는 데 2시간30분쯤 걸리며 운임은 어른 2만5,000원, 어린이 1만2,000원.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자리잡는 게 경치를 감상하는 데 유리하다.
반갑다 원추리! 3년 만에 축제
붉은색 홍도가 7월이면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원추리의 한 종류인 홍도원추리가 섬을 물들이기 때문이다. 홍도원추리의 학명은 Hemerocallis hongdoensis. 홍도에서 발견된 자생종이다. 1802년 조선후기 실학자 이가환이 초고를 쓴 <물보物譜>에는 ‘원츌리’로 적혀 있다.
옛날 홍도 사람들에게 원추리는 먹을거리와 생활용품 소재를 제공한 각별한 존재였다. 싹과 잎은 나물, 뿌리는 전분으로 이용하면서 보릿고개를 넘었다. 꽃이 진 후에는 잎을 잘라서 새끼를 꼬아 띠 지붕을 만들었다. 원추리꽃에는 단백질과 당분이 풍부하며 비타민 A, B1, B2, 철분의 보고다. 특히 철분 함량은 시금치의 20배 수준으로 빈혈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원추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관상식물 이전에 나물로 이용돼 왔다. 이른 봄부터 잎을 내다가 더위가 시작되는 초여름, 나팔 모양 꽃을 틔운다. 봄의 어린 원추리잎을 따다가 삶아 무쳐서 나물로 먹었다.
홍도에서 원추리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길을 따라 걷는 것도 좋지만 유람선에서 산과 바위틈에 자란 샛노란 원추리를 감상하는 것도 운치 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노란 원추리꽃이 만발한 모습은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이다. 2019년 처음 열린 ‘홍도 원추리 축제’는 코로나로 지난 2년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기회가 없었지만 올해는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홍도 해안선을 따라 노란 물결을 이루는 원추리꽃은 홍도의 7월을 원추리 정원으로 만든다. 이번 축제는 7월 8일부터 17일까지 열흘간 열린다.
월간산 2022년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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