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하면 감옥 가는 이 나라.."피임기구 받아가세요" 10대들 나섰다
지난달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했던 기존 판례를 뒤집으면서 여성의 임신 중절(낙태) 결정권을 둘러싼 논란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낙태권 확대를 골자로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10세 소녀가 강간범의 아이를 낳아야만 하느냐"며 대법원 비판 발언에 나섰다.
그런데 실제로 강간 뿐 아니라 근친상간 등 어떠한 사유에도 낙태가 법적으로 불가능한 나라가 있다. 가톨릭 교세가 강해 낙태에 보수적인 성향인 중남미에서도 청소년 출산율(유엔인구기금 집계, 2019년 15-19세 여성 1000명당 출산 인원 기준, 중남미 평균은 60.8명)이 91.8명으로 가장 높은 도미니카공화국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낙태권 옹호단체인 생식권리센터(CRR)의 구분상 낙태 전면금지(prohibited altogether) 국가에 해당하는데, 낙태 전면금지국이란 임신한 여성의 생명, 건강이 위험할지라도 낙태가 금지된 나라를 일컫는다.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공적개발원조) 일환으로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벌이고 있는 미성년자 임신 방지 사업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코이카는 도미니카공화국 수도 산토도밍고와 서부 산후안지역에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400만달러 규모 미성년자 임신방지사업을 진행 중이다. 코이카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2006년부터 벌이고 있는 미성년자 임신방지 사업의 3차 사업에 해당한다.
3차사업은 '또래지킴이' 프로그램의 신설이 특징이다. 또래지킴이는 또래들에게 임신방지, 성역할 등 지식을 전파하는 청소년들로 작년 산토도밍고·산후안의 학교 4곳에서 80명이 선발됐다. 이들이 SNS 활동을 하고 길거리에서 전단지, 피임기구 등을 나눠주는 활동을 이어간 끝에 8056명의 지역사회 청소년들이 가까운 또래들로부터 피임 방법 등 성 지식을 알게 됐다고 코이카 측은 설명했다.
어쩌면 피임기구는 도미니카공화국 여성들의 '감옥행'을 막는 현실적인 수단일 수도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낙태 처벌 완화를 촉구해 왔던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낙태를 한 여성·소녀는 2년 이하 징역, 낙태를 시술한 의료인은 20년 이하 징역형을 부과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낙태는 음성적으로 실시돼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상황은 복잡하다.
코이카에 따르면 또래지킴이 활동에 참여했던 15세 여학생인 베르니 헤레나는 "이전에는 '섹슈얼리티(sexuality, 성생활·성적취향)'가 성적 친밀감에 대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라며 "이 프로그램(또래지킴이)을 접한 후 내 몸, 내 건강에 관한 단어라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래지킴이에 참여한 또다른 여학생인 애슐리 알칸타라(17)는 "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두려웠지만 이제는 정상적인 주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미성년자 임신의 원인은 빈곤, 전근대적 규범, 미디어로 왜곡된 성 인식 등이 꼽힌다. 특히 세계은행(World Bank)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빈곤'이 청소년기 임신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청소년이 임신 출산을 할 경우 자아실현보다 가사, 단순노동에 매몰될 확률도 높인다. 결국 미성년자 임신 예방은 '빈곤의 악순환'을 끊는 행위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코이카는 산후안 지역에 청소년 대상 성교육과 상담을 제공하는 청소년 성보건센터도 짓고 있다. 박준성 코이카 도미니카공화국 사무소장은 "개발도상국의 청소년 임신은 보건, 교육, 성인지 등 다양한 분야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라며 "단기간 사업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분야로 향후 도미니카공화국 국민의 인식개선에 큰 역할을 하고, 더 나아가 우리의 사업 모델이 인근 중남미 국가로 확대되길 기대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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