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전투태세를 갖추라”… 목숨 건 실전경험으로 ‘침과대적’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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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초대 합참의장인 김승겸 대장의 신조인 침과대적(枕戈待敵)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 유곤과 조적의 고사(故事)에서 나온 '거안사위 침과대적(居安思危 枕戈待敵)' 등에서 유래했다.
김 의장에 앞서 '침과대적 리더십'의 표상이라 할 대표적 장성이 바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내며 '레이저 김'으로 불렸던 김관진(73) 전 국방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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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리더십 - 김승겸 신임 합참의장
중대장때 ‘은하계곡작전’ 성공
北의 DMZ 상습도발 뿌리뽑아
2014년 북한 고사총도발 대응
2015년 8·20완전작전도 승리
부하에게 엄격하고 까다롭지만
작전 뒤 일일이 찾아가 격려도
“적, 도발한다면 가차없이 응징
전투적 사고와 강한 훈련 필수”
‘침과대적(枕戈待敵)!’ 창을 베고 누워서 적을 기다린다는 이 고사성어를 실행에 옮긴 한국군 장성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군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침과대적이란 표현은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2010년 12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전군에 보낸 국방장관 지휘서신 제1호에 등장했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나 신임 합동참모본부 의장 취임사에 ‘침과대적’이 또다시 등장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합참의장인 김승겸 대장은 지난 6일 취임사에서 “침과대적의 자세”를 역설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매달리고, 임기 말 종전선언 외교에 힘을 쏟는 동안 군대의 준비태세는 취약해졌다. 이처럼 군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침과대적 리더십’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김 의장의 이런 ‘침과대적 리더십’이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7차 핵실험 준비 완료 등 안보가 위기를 맞이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김승겸(59) 신임 합참의장은 “군대의 존재 목적은 유사시 전장에서 승리하는 것”이라며 “목숨을 전제로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군대와 군인의 본질적 가치, 그리고 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오직 적을 바라보고 ‘침과대적’의 자세로 항상 전투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전투준비의 핵심은 전투적 사고와 강한 훈련”이라고 역설했다. 김 의장은 특히 ‘군대다운 군대’ ‘완벽한 전투준비태세’를 역설했다. 그는 “우리 군은 적이 도발한다면, 가차 없이 응징하여 반드시 처절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며 “적이 도발로 얻을 것이 없다는 점을 뼛속까지 각인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의장의 평소 좌우명인 ‘침과대적’과 부대 지휘철학인 ‘상시 전투준비태세 확립’ ‘실전적 훈련’이 그대로 취임사에 녹아든 것이다. 자나 깨나 끊임없는 실전훈련과 빈틈없는 준비태세를 강조하는 김 의장은 부하들을 달달 볶아대고 융통성이 없어 부하들에게는 인기 없는 장군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실제 엄격하고 꼼꼼하고 까다로운 성격인 김 의장의 ‘깐깐한 리더십’ 때문에 합참의장 내정설이 돌았을 당시 일부 장교들 사이에서는 “원형탈모증 걸리겠다. 합참을 빨리 떠나야겠다” “그 밑에서 누가 버티겠냐”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자칫 꼰대로 취급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완고하고 깐깐한 김 의장의 ‘침과대적 리더십’은 실전을 거치면서 충무공 이순신의 유비무환(有備無患) 리더십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의장 리더십의 진정성이 실전경험을 통해 가치를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김 의장이 덕장(德將)보다는 지장(智將), 용장(勇將)에 가까운 것은 전시가 아닌 평시에 을지무공훈장을 받은 최초의 현역 군인으로 목숨을 건 3번의 실전경험에 근거하고 있다. ‘침과대적’을 단순히 구호가 아닌 실제 자신의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김 의장은 1992년 중대장 시절 ‘은하계곡작전’에 성공하며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상습 도발을 뿌리 뽑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로로 군 최고 훈장인 을지무공훈장을 받았다. 1992년 5월 22일 중부전선 철원 일대 DMZ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침투한 무장공비 3명 중 은거한 2명을 수색작전을 통해 사살한 은하계곡작전은 일명 ‘5·22 완전작전’으로도 불린다. 나머지 무장공비 1명은 인접중대에서 차단작전을 통해 사살했다.
김 의장은 “작전투입 전, 작전 지역 전체가 DMZ 내 미확인 지뢰지대였다”며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죽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죽거나 다칠 수도 있는 현장에 중대원을 투입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생후 7개월 딸과 가족 그리고 부모님을 두고 작전에 투입하는 상황이 마음에 걸렸지만 ‘가장 위험한 곳은 중대장이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작전에 투입했다고 한다. 그는 “작전 후 다시는 못 볼 부대원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과 당시 야전상의를 벗어 정돈하면서 ‘지금 내 손으로 개어놓은 이 옷들을 작전이 끝나면 누가 가지고 갈 것인가’라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했다”고 했다.
작전 투입 전에는 중대원들을 일일이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드리면서 부대원의 안전과 작전 성공을 기원했다. 김 의장은 “작전수행 중 적이 사격한 탄환이 내 발 앞 30㎝ 지점에 피탄되는 등 50m 근거리의 적과 교전했다. 유탄수를 불러 유탄발사기를 인수해 6발을 직접 사격했다. 이때 적 1명이 유탄발사기 탄에 맞아 공중에 솟구쳤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회고했다. 사격중지 명령이 내려지고 중대원 3명을 지휘해 적이 있던 원점으로 한 발, 한 발 접근할 때 극도의 긴장감을 경험했다. 착검하고 육박전을 각오로 원점에 접근한 결과, 적 2명이 사살된 것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군인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중대원 중 단 1명의 사상자도 없었다는 것이 가장 보람됐다. 작전종료 후 인원, 장비에 이상 없음을 보고할 때 일일이 부대원의 손을 잡아주며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고맙다, 수고했다’는 말만 반복하고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2014년 10월 10일 사단장에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발생한 ‘북한 고사총 도발 대응’을 승리로 이끌었다. 또 2015년 8월 20일에는 ‘8·20 완전작전’으로 세 번째 전투에서 승리했다.
2014년 10월 ‘북한 고사총 도발 대응’은 대북전단을 담은 민간단체의 풍선을 향해 북한군이 14.5㎜ 고사총을 발사해 군부대 주둔지와 연천군 중면 면사무소에 낙탄된 사건이다. 이민복 씨 등 탈북단체가 이날 오후 1시 50분쯤 경기 연천 일대 야산에서 풍선 23개, 전단 132만 장을 살포하자 북한군이 도발한 것이다. 우리 군은 오후 4시쯤 낙탄 사실을 확인한 즉시 대북 경고방송 후 적 전방초소(GP)를 향해 K6 중기관총 40여 발로 대응사격을 했다. 이후 북한이 우리 GP를 향해 개인화기 사격으로 추가 도발을 했고, 이에 대응해 적 GP에 K2 소총 수발을 대응사격 했다. 김 의장은 “사단장 취임 한 달여 만에 발생한 사건으로 항상 실전에 준비돼 있어야 함을 다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2015년 8월에 있었던 ‘8·20 완전작전’은 북한군이 우리 군 대북확성기 방향으로 14.5㎜ 고사총과 76.2㎜를 발사하면서 시작됐다. 북한의 명백한 도발임을 인식하고 MDL 500m 이북의 적 GP 인근 지역에 155㎜ 포탄 29발로 대응사격을 개시했다. 앞서 8월 4일 적이 DMZ 목함지뢰 도발을 하고, 우리 군이 이에 대한 대응으로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등 당시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였지만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제지됐다. 김 의장은 이런 작전 성공으로 △을지무공훈장(1992년 6월) △대통령표창(2011년 10월) △보국훈장국선장(2019년 10월) △미 정부훈장(LOM·Legion Of Merit, 2018년) 등을 받았다.
김 의장은 “군인은 적과의 전투에 상시 준비돼 있어야 하는데 군인으로서 임무완수를 위해서는 ‘실력’이 있어야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하며 늘 사심 없이 공명정대하게 판단하고 행동하기 위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3가지의 균형과 통합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군 생활을 같이하는 후배들에게 “진정성을 가슴에 새기고, 참고 견디며, 준비하라. 그리고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했다.
△1963년(서울 출생) △육사 42기 △1사단 제12연대장 △35사단 참모장 △합참 합동작전과장 △21사단 부사단장 △6군단 참모장 △합동군사대학교 육군대학장 △28사단장 △제67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차장 △3군단장 △육본 참모차장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정충신 선임기자
■‘침과대적 리더십’의 유래
윤석열 정부 초대 합참의장인 김승겸 대장의 신조인 침과대적(枕戈待敵)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 유곤과 조적의 고사(故事)에서 나온 ‘거안사위 침과대적(居安思危 枕戈待敵)’ 등에서 유래했다. 이 고사성어는 편안하고 평화로울 때도 위기를 준비해야 하며, 군무(軍務)에 전념해 편안히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나 항상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군인의 자세를 비유한다.
김 의장에 앞서 ‘침과대적 리더십’의 표상이라 할 대표적 장성이 바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내며 ‘레이저 김’으로 불렸던 김관진(73) 전 국방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2010년 12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전군에 보낸 국방장관 지휘서신 제1호에 침과대적이란 고사성어를 사용했고 이를 직접 실천했다.
김 전 장관은 ‘도발 원점 타격’ ‘적 지휘부 공격’ ‘선조치 후보고’ 등 3대 응징방침을 평시 훈련에서 시행해 아덴만 여명작전 성공,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시 전우애 등의 결과를 얻었다. 침과대적 리더십으로 대비태세와 정신무장을 철저히 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후 레이저 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한 한국군 대명사가 됐다.
김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올해 합참의장 취임사에 ‘침과대적’이 또다시 등장했다. 이는 6·25전쟁 후 최대의 안보 위기 상황이라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에 말려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과 야외기동훈련(FTX)이 실종됐다. 또 군이 청와대 입맛대로 휘둘린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군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부터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라 능욕해도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북한 눈치를 보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반면 북한은 첨단화·현대화한 핵·미사일 군사강국을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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