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정치 불신' → 뉴스 확증편향 → '언론 불신?'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7월 9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인들, '정치 불신' → 뉴스 확증편향 → '언론 불신?'
- 英 옥스포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2'... 한국인 2/3 "포털로 뉴스본다"
- 이념, 지지정당, 지역, 종교 사유로 뉴스 선택하고 견해와 다르면 회피하는 '확증편향' 5년전보다 15%p 높아져
- 뉴스 회피 사유 1위는 "뉴스 불신"... 신뢰도 가장 높은 매체는 YTN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전화 연결돼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송경재 교수(이하 송경재)> 송경재 입니다. 안녕하세요.
◇ 김양원> 교수님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 송경재> 무더위와 장맛비 소식이 계속되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가 공개됩니다. 통상 전 세계 언론의 신뢰도를 가늠해보거나 이용자들의 언론 이용 행태를 분석하는 근거로 많이 활용되는데요.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 결과를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 김양원> <한국기자협회보>에서 이번 리포트 결과를 상세히 보도했던데요.
◆ 송경재> 네, 먼저 이번 결과를 간단히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한국의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전년인 2021년에 비해 다소 하락했으며, 국내 주요 뉴스 매체 중에선 <YTN> 신뢰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여전히 온라인 뉴스를 이용하는 주된 경로로 포털과 같은 검색엔진 및 뉴스 수집 서비스 이용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과거 조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 바가 있습니다. 특징적인 것은 한국이 언론사 홈페이지 및 앱을 통한 뉴스이용은 가장 적은 국가라는 점입니다. 디지털뉴스를 이용하는 주된 경로가 한국은 포털과 같은 검색 엔진 및 뉴스 수집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뉴스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8.6%로 조사국 가운데 일본 69.1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 김양원> 다른 나라의 경우 뉴스를 언론사 자체 웹이나 앱에서 이용하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68%, 대부분 사람들이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군요.
◆ 송경재>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포털 등을 통한 뉴스 소비가 높은 반면, 우리나라 뉴스 이용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이용자들이 뉴스를 회피한다'는 겁니다.
◇ 김양원> 그 어느 국가보다 뉴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이용자들이 뉴스를 회피한다?
◆ 송경재> 그러니까 뉴스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일반적인 정보 차원에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이념이나 정당지지, 지역 또는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뉴스를 선택하고,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면 이를 선택적으로 회피하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예를 든다면 포털뉴스 서비스를 보면 예전에는 뉴스 제공사가 어느 곳인지 공개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요새는 해당 언론사 출처가 공개가 되거든요. 이에 따라 특정한 언론사 뉴스를 독자층이 선택적으로 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올해 조사대상 46개국의 평균은 69%였는데, 5년 전에 비해 13%p가 늘어났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뉴스 이용자들이 이른바 미디어 확증편향이나 선택소비가 늘고 있다는 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 역시 유사하게 나타났습니다. 정확하게 이용자의 2/3인 67%가 이 같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 비율은 5년 전인 2017년 52%에 비해 15%p가 늘어나 전 세계적으로 33번째 순위에 해당됩니다. 참고로 뉴스 회피 이용자 비율이 높은 국가는 크로아티아가 85%, 터키 82%, 폴란드 81% 등이었습니다. 회피비율이 낮은 국가는 덴마크 45%, 핀란드47%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 김양원> 뉴스에 대한 확증편향 현상이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편이었다... 또 하나, 이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연간 리포트에서 그동안 가장 많이 인용됐던 부분은 언론신뢰도였는데요. 한국 언론 전체의 언론 신뢰도가 계속 하락하고 있죠?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는데요?
◆ 송경재> 그렇습니다. 이번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앞서 회피 사유에서 잘 확인됩니다. 회피사유를 복수 선택하게 한 결과 한국 이용자는 "뉴스가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란 응답이 42%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한국은 뉴스에 대한 편향성이 전반적인 뉴스신뢰와 연결되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한국 뉴스 전반 신뢰도는 지난해보다 2%p 낮아진 30%이고 순위로는 조사대상 46개국 중 40위였으니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조사 대상국 평균 수치는 42%였습니다. 평균에 비해 약 12%p 낮은 수준인데요.. 2016년부터 한국은 조사대상에 포함되었는데, 그 이후 모든 조사에서 뉴스 신뢰도는 평균에 못 미치는 하위집단에 속해 있습니다.
또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퇴행 논쟁이 있습니다. 최근 10년 사이 전 세계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으며, 이것이 민주주의 위기와 전 세계적인 불안정을 가져올 것이란 지적이 많습니다. 영어로 백슬라이딩(backsliding)이라고 하는데요.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그동안 우리가 과거 선진민주주의 국가라고 했던 나라에서 민주주의 지표가 하락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미국의 뉴스 신뢰도 하락이 주목을 끄는데요. 미국은 슬로바키아와 함께 가장 낮은 26%를 기록해 뉴스 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 김양원> 이렇게 한국의 언론이나 뉴스 신뢰도가 낮은 원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요?
◆ 송경재> 네.. <한국기자협회보>의 "언론 신뢰도에 대한 어떤 오해"라는 최승영 기자협회보 차장대우기자의 기명 칼럼에서 제기되었는데요.. 칼럼에서는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매년 언론 신뢰도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뉴스가 되고 있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승영 기자는 문항 설계나 해석에서 오류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조사는 '뉴스 전반에 대해 신뢰하는지'를 응답자에게 물어 '동의함'과 '적극 동의함'을 선택한 비율을 따지는데, 그 비율이 가장 낮아서 한국의 낮게 나타난다는 것이죠.
그리고 국가별 언론 신뢰도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 설문 문항 한 두가지로 측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국민성과 사회 전반의 신뢰 수준, 정치환경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의 뉴스신뢰도가 정치권의 책임도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 김양원>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라.. 사실 약간 질문이 모호한 부분도 있습니다. 응답자가 무엇을 뉴스로 생각하는지에 따라서 다른 결과가 나올 소지도 있네요.
◆ 송경재>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절대적으로 이 평가가 모두 옳다고 하기는 조금 부족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46개국 비교 조사라는 것이죠. 다른 국가에서는 높게 나오는데 한국이 낮게 나오는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최승영 기자의 지적처럼 정치권의 불신문화가 언론에 반영되는 사례는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 일부 정치지도자들 같은 경우, 특정 언론사를 공개적으로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아마 자신들에게 우호적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이게 결국은 정치지도자를 지지하는 시민들에게는 "아 이 언론사는 문제가 있구나"라는 인식을 남기게 되는 것이지요. 실제 언론사 뉴스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A 언론사는 어떤 입장, B 언론사는 어떤 입장 이런 식으로요. 결국 정치권의 편가르기가 언론에도 반영되고, 이게 언론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 언론 스스로도 뉴스 신뢰도 하락 문제에 전혀 무관하냐? 이점을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정치나 사회분위기, 시민의식 등 변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한국 언론에 대해 이용자인 국민들이 불신하고 있다는 겁니다. 현장에서는 열심히 노력은 하지만 이미 언론사마다 덧씌워진 프레임에 따라서 평가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분명히 한국 언론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사주의 이념적 편향, 진영논리, 저질기사 양산에 따른 피로감 누적 등도 영향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점은 우리 언론인들이 먼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 언론의 신뢰도 하락은 언론인들부터 무겁게 받아들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될 것입니다.
◇ 김양원> 한국의 언론 신뢰도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이유를 정치권의 언론 불신, 언론사마다 자의반 타의반 갖게 된 프레임으로 설명해주셨는데요, 이런 사례를 소개해주신다면요?
◆ 송경재> 방금 전까지 한국 언론 신뢰도 제고를 위한 언론의 자성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국민들이 왜 언론을 불신하는지를 알려주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좀 부끄러운 일인데요.
6월 29일부터 30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 영어로는 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이고 약칭은 나토라고 하지요, 이 나토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첫 해외순방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이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통신사 <연합뉴스>가 북대서양조악기구 NATO 기사와 관련해 NATO를 "NATA"라고 쓴 기사가 나간 이후 많은 언론사가 해당 오타까지 함께 '복사-붙여넣기' 한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정말 있어서는 안되는 실수이고 조금만 보면 바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인데요.. <미디어오늘>은 이를 연합뉴스가 몇 차례에 걸쳐 영문 NATA라고 쓴 오타가 포함된 기사를 내보내자.. 해당 오타를 똑같이 복사한 기사들이 30일 기준으로 100개에 가까운 NATA 기사가 쏟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NATA라고 쓴 연합뉴스 문장을 그대로 복사해 기사를 쓴 언론사는 <한국경제>, <문화일보>, <조선일보>, <헤럴드경제>, <SBS>, <이슈앤비즈>, <로이슈>, <대구신문>, <EBN>, <인천일보>, <매일경제TV>, <디지털타임스>, <스카이데일리>, <중앙일보> 속보 등이 해당 문장을 그대로 썼습니다. 정말 이름만 대도 다 아는 언론사까지 그대로 복사했다는 것입니다.
◇ 김양원> 정말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100개 이상의 기사가 모두 NATA로 게재했다. 이건 정말 어이없는 문제인데요?
◆ 송경재> 네 물론 <연합뉴스>가 처음 오타를 한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아무런 확인없이 그대로.. 사실 읽어보긴 했는지도 의심이 갑니다. 100개 이상 기사가 모두 NATA라고 한 것은 어떻게 보면 한국 언론의 외신기사 작성의 현주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설마 이런 것이 틀리겠어 하면서.. 작성하는 기자, 자세히 보지 않고 편집하는 편집팀, 그리고 총괄하는 데스크까지 모두 신경을 안 썼다는 것입니다.
앞서 우리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한국 언론 신뢰도 문제에 대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이런 통신사 받아쓰기와 검증을 하지 않는 언론사의 현실에 어찌보면 많은 시민들이 실망하고 불신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오타 사건은 작은 사건이 아니라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왜 낮아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입니다.
◇ 김양원> 네, 교수님이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 리포트를 소개하신다고 해서 제가 좀 자신있게 오늘 순서를 시작했는데.... 결국 또 부끄러운 언론의 모습으로 마치게 됐네요.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송경재> 네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 경제학과 교수였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죽죽 벗겨진 주차장...LH 임대아파트 '부실 재도장'
- [자막뉴스] 전국에 강력한 '물폭탄'...이후가 더 위험하다
- [자막뉴스] "몸 던져 아베 보호했어야" 경호 비판받는 이유
- [제보는Y] 주행 중 시동 꺼지는 더뉴팰리세이드...현대차 "원인 파악 중"
- 빗길 달리던 고속버스 넘어져...1명 사망·26명 부상
- 집에 방치된 수백 마리 도마뱀 '경악'...95마리는 죽은 채로 발견 [Y녹취록]
- [나우쇼츠] 음식 도둑맞은 중국 배달원...오토바이 끌어안고 통곡
- '살인·시신 훼손' 군 장교 구속...끝내 사과 없어
- [뉴스NIGHT] 미 대선 투표 시작...7개 경합주 판세 '초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