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검토..낙태권 폐기 대응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화상으로 만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극단적인 법원이 미국의 권리와 자율성을 후퇴시킨 것에 대중의 분노에 공감한다"라면서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에 적극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2022.07.0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로 대(對) 웨이드' 판결 폐기와 관련해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비치 인근에서 자전거를 타러가던 중 '낙태권 접근 문제와 관련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에게 (그런) 권한이 있는지, (그것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내부에 검토를 요청했다"고 답했다.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심각한 질병 등으로 인한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90일간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해 대응에 필요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2020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계속 연장하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미국 여성의 임신중절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임신중절 의료 서비스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을 공표했다.

여기에는 보건복지부가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낙태 약품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 위해 추가 조처를 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6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청 앞 계단에서 낙태 권리 지지자들이 수갑으로 서로를 묶고 붉은색 페인트를 몸에 뿌린 채 시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7.07.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4일 1973년 1월 연방 차원에서 미국 여성들이 임신 6개월 전까지 자유롭게 낙태할 수 있도록 권리를 인정해 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의 폐기를 공식 결정했다. 낙태에 관한 결정을 각 주 정부 및 의회의 권한으로 넘겼다.

미시시피주를 비롯한 13개 주는 낙태 금지 조치를 즉각 시행할 수 있는 '트리거법'을 마련해 뒀다. 10여 개 주의 경우 낙태권을 주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주에서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여성은 낙태가 허용된 다른 주로 이동하거나 위험을 감수하고 불법 낙태 시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내린 것도 이러한 여성들이 안전하게 낙태할 수 있도록 약물을 지원하거나 출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행정명령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바이든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전날 백악관 인근에서는 낙태권 보장을 위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며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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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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