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스토리] 주식·코인 '빚투' 탕감해준다..당신의 생각은?

김지현 기자 2022. 7. 1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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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서울회생법원의 '코인 빚투 탕감' 준칙 시행에 논란
"2030 저소득층이 혜택 볼 것..고소득층은 준칙 시행 전과 비슷"
서울회생법원의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1일부터 암호화폐나 주식 투자로 발생한 손실금을 청산가치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실무준칙을 시행하면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빚까지 내서 투자한 이른바 '빚투족'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근로소득으로만 투자한 보통의 투자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의 불황으로 투자에 실패한 이들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해 이 같은 실무준칙을 만들었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 "투자의 성공과 실패 모두 투자자 책임…탕감 정책 긍정적으로 볼 이유 없어"

우선 서울회생법원의 이번 '탕감 정책'을 두고 일각에서는 투자자에게만 주는 특혜가 아니냐는 반응이다. 특히 투자라는 것이 개인의 판단에 의한 것이고 책임도 본인에게 전적으로 있는 것인데 하락장에 의한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늘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 같은 정책을 실행하기엔 그 배경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30대 직장인 A씨는 서울회생법원의 결정을 두고 "투자를 하다가 성공하면 본인이 잘한 것이 돼버리고 실패하면 개인 회생 신청을 해서 부담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가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빚을 지면서까지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이들의 성공도 실패도 모두 본인의 책임"이라며 "투자하지 않은 이들이나 빚을 지지 않고 투자한 이들이 회생법원의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본인의 재산 한도 내에서만 투자해 손해를 스스로 감당하는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빚을 내서 투자한 이들의 채무를 탕감받는 것을 두고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

◇ 부동산 투자서 발생한 손실금은 청산가치 반영 안 돼…형평성 맞다는 평가도

반면 서울회생법원의 이번 판단을 두고 형평성에 맞는 준칙 시행이라는 평가도 있다. 기존 준칙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의 경우 개인 회생 신청 시 집값이 내려감에 따라 발생한 손실금을 청산가치에 반영하지 않았지만 암호화폐·주식 투자에 대한 손실금은 청산가치에 반영해왔다.

자산에 대한 투자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과 달리 암호화폐와 주식에는 하락한 가치까지 재산으로 판단하고 청산가치에 집어넣어 왔던 것이다.

다만 이 같은 해석은 암호화폐나 주식을 투자하는 이들이 부동산 투자를 하던 이들과 비교해서 공평해졌다는 것일 뿐 앞서 투자가 아닌 다른 이유로 빚을 진 이들과 동일 선상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6월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전날 미국의 금리인상 발표 후 잠시 반등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 등 세계증시 급락 영향에 일제히 폭락하고 있다. 2022.6.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탕감 위해 서울로 주소지 옮기는 경우 여럿 생길 것"

서울회생법원이 이 같은 판단을 내렸지만 다른 지역의 회생법원들은 아직 암호화폐 손실금을 청산가치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준칙을 만들지 않았다.

아직은 서울지역에만 해당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보니 서울회생법원에서 다른 지역과 달리 '유리한 재판 결과'를 받기 위해 주소를 서울로 옮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서울의 한 법률사무소는 "다른 지역에서 개인회생 신청을 고심하는 이들이 '서울 외 지역에서도 이 같은 준칙이 적용이 되는지' 여부를 묻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서울 외 다른 지역에 살면서 개인 회생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지역 차별'이란 원성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에 사는 한 투자자는 "서울회생법원이 밝힌 준칙 시행의 취지를 보면 지방에 사는 채무자들에게도 같은 준칙을 마련해주는 게 맞다"며 "지역별로 탕감 정책이 다른 것은 지역 차별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지방에서는 서울회생법원의 '탕감' 준칙과 다른 준칙을 적용한다면 서울로 주소지를 옮기는 경우도 많이 생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와 달리 '법이 아닌 준칙'이기 때문에 지역별 회생법원이 기준을 세우는 것에 있어 형평성이나 차별 논란을 지적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 "실제 혜택받을 수 있는 이들은 생각보다 적을 수도"

한편 서울회생법원의 이번 준칙 시행에 있어 실제 수혜를 받을 대상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서초동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변호사는 "이번 준칙 시행에 있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이들은 2030 저소득층에 집중될 것"이라며 "실제 고소득층은 준칙 시행 전이나 후나 내야 할 변제금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 회생이란 게 월소득과 본인이 기존에 가진 자산까지 고려되기 때문에 서울회생법원이 밝힌 것처럼 2030을 구제하기 위한 준칙으로 보는 게 맞다"며 "특히나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는 2030의 경우 혜택을 받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태부 유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서울회생법원이 발표한 이번 준칙의 적용 가능성을 두고 "제정된 실무준칙이 명확하기 때문에 잘 지켜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또 내부 논의 과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 합의점도 도출했기 때문에 이러한 실무 준칙이 발표된 것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회생·파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만 20~29세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2018년 1만1120건에서 2019년 1만307건으로 줄었다. 이후 2020년 1만1108건, 2021년 1만1907건으로 증가했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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