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골든타임 내 치료받는 환자는 10명 중 3명 그쳐
치료 지체되면 뇌에 산소공급 안돼
사망하거나 평생 장애 안고살아야
시설 갖춘 뇌졸중센터 지역간 격차
고령층 많이 사는 소도시엔 태부족
병원 전전하다 골든타임 놓치기도
"전문인력·시설 확충 시급한 과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며 국내 의료 시스템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은 더욱 굳건해졌다. 그래서 뇌졸중처럼 ‘유명한 응급 질환’은 본인만 간과하지 않으면 바로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 운명은 ‘주거지역’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다.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8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뇌졸중 치료 지연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의 실태에 대해 크게 걱정했다.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높은 데에는 환자의 증상 인지가 늦은 경우도 있지만, 치료 지연도 한몫하고 있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 10명 중 2명은 첫 병원에서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불가능해 다른 병원으로 전원된다. 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 분포는 소위 ‘복합쇼핑몰 분포’와 비슷한 양상을 보여 ‘지역 격차’로 이어진다. 전남은 10명 중 4명꼴로, 광주와 충남은 10명 중 3명꼴로 전원됐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소도시에 ‘뇌졸중 고위험군’인 고령층이 다수 거주한다는 점이다.
이런 지역차는 결국 높은 장애, 사망률로 이어진다. 한 사례로 경기 외곽지역에 살던 70대는 오전 9시20분 운동 중 쓰러졌는데 다음 날 새벽에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좌측 중대뇌동맥이 막혀 혈전제거술이 필요했지만 20분 만에 도착한 첫 병원에선 시술이 불가능했다. 또다시 2차 병원에 갔지만 그곳 역시 마찬가지. 골든타임을 한참 놓친 그는 심한 우측마비로 대화가 불가능했고,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똑같이 좌측 중대뇌동맥이 막힌 서울의 또 다른 70대는 ‘운 좋게’ 쓰러진 후 20분 만에 뇌졸중센터가 있는 병원에 도착, 혈전제거술까지 ‘한 큐’에 해결하며 아무런 후유증 없이 회복했다.
그래서 이 교수는 첫 병원에서 뇌졸중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처음 병원 가는 것이 잘못되면 모든 것이 꼬입니다. 두 번째 병원에 전원되기까지 최소 1시간이 소요되죠. 그 1시간은 3개월 후 정상 생활하는 확률이 10%씩 떨어지는 시간입니다.”
결국 문제는 자원, 즉 인력과 자본이다. 신경과 역시 의료계 인력 ‘빈익빈 부익부’ 세태에서 외과, 소아청소년과와 함께 ‘인력난’을 겪는 진료과가 됐다. 노동 강도가 높은 만큼 전공의 지원자가 줄었지만 보강은 없고, 줄어든 지원자를 보며 또다시 지원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이 교수는 “인구구조가 바뀌어 과거보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치매, 뇌졸중과 관련된 신경과 전공의 수는 더 늘어나야 함에도 오히려 다른 진료과와 함께 일률적으로 감축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남는 정원을 필요한 과에 재배분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정부 역할을 강하게 지적했다.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가 유지되지 못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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